선발 5명이 다 버텼는데…롯데의 가을은 또 오지 않았다
- 구단 첫 '선발 5인 규정이닝'에도 9년 연속 가을야구 무산, 이닝과 승리 사이에서 무엇이 끊겼나
- FA 영입 ‘0명'과 엇갈린 책임론, 감독·단장 동시 계약 만료 앞둔 롯데의 선택
- 리그 최다 이닝 선발진에도 평균자책점은 중위권, 2027시즌 해법은 균형에 있다
[프로야구] 선발 5명이 다 버텼는데…롯데의 가을은 또 오지 않았다
10일 밤 부산 사직구장.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선수단과 나란히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3년 전 부임하며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날 롯데는 LG 트윈스와 연장 접전 끝에 3-4로 졌다. 이틀 뒤 두산과의 원정 최종전을 끝으로 롯데의 2026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 롯데는 선발투수 5명이 모두 규정이닝(144이닝)을 넘기는 구단 사상 첫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가을야구 진출 실패는 9년째 이어졌다.

■ '선발 야구'는 완성했다
기록은 시즌 마지막 이틀에 완성됐다. 김진욱은 11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던져 데뷔 처음 규정이닝을 넘겼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박세웅이 12일 최종전에서 마지막으로 기준선을 넘었다. 이로써 엘빈 로드리게스, 나균안, 제레미 비슬리를 포함한 선발 5명이 모두 규정이닝을 채웠다. 선발진은 11일 기준 785⅓이닝을 던져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선발로 영입한 로드리게스는 5월 중순 평균자책점 5.11로 규정이닝 투수 24명 가운데 꼴찌였다. 나균안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환한 뒤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없었고, 지난해에는 137⅓이닝에서 멈췄다. 저마다 약점을 안고 출발한 다섯 명이 끝까지 로테이션을 지켰다는 점은 분명한 성과다.

■ 오래 던지는 것과 잘 막는 것은 다르다
문제는 그 이닝이 승리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롯데의 선발 평균자책점은 4.56, 팀 평균자책점은 4.74로 모두 리그 5위였다. 가장 오래 던진 선발진이었지만 가장 강한 선발진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5월만 해도 롯데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3.56으로 리그 1위였지만, 여름을 지나며 그 우위가 사라졌다.
타선은 더 큰 숙제였다. 부산일보는 전반기 8위 추락의 결정적 원인으로 방망이를 꼽았다. 개인 기록은 화려했다. 빅터 레이예스는 시즌 207안타로 최다 안타 경쟁을 이끌었고, 한동희는 데뷔 첫 20홈런을 넘어 24호 홈런까지 쳤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팀 득점력으로는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
롯데는 9월 14일까지 53승 2무 69패로 승패 마진이 -17까지 벌어졌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6연승을 달리며 상위권 팀들의 발목을 잡았지만, 순위 싸움은 이미 끝난 뒤였다.

김 감독 체제 3년 성적은 194승 223패 13무, 승률 0.465다. 5할 승률을 넘긴 시즌은 한 번도 없었다. 지난해에는 전반기를 3위로 마쳤지만 8월 12연패에 빠지며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두산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지도자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구단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게가 있다. OSEN은 김 감독 재임 기간 FA 영입이 한 명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지난겨울 감독과 프런트가 FA 영입을 준비했지만 그룹이 구단의 제안을 반려했다는 것이다. 배경으로는 2022년 겨울 유강남·노진혁·한현희 영입에 170억 원을 썼다가 실패한 여파가 거론된다.
다만 같은 보도도 투자가 없었던 환경은 참작해야 하지만, 계약 기간 동안 한 번도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짚었다. 감독 책임론과 구단 책임론이 함께 성립하는 셈이다. 김 감독과 박준혁 단장 모두 3년 계약이 끝나는 상황에서, 같은 처지였던 한화는 정규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단장과 감독이 함께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 해법은 '균형'에서 찾아야
먼저 평가의 틀부터 나눠야 한다. 감독의 경기 운영과 프런트·그룹의 전력 투자는 별개의 항목이다. 둘을 뭉뚱그려 사령탑 교체로만 매듭지으면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감독 선임과 함께 투자 계획을 공개하고, 그 계획에 대한 책임 주체를 분명히 하는 것이 순서다.
선발진은 지키되 부하는 관리해야 한다. 다섯 명이 모두 144이닝 이상을 던진 만큼 투구 수와 회복 상태를 점검하지 않으면 다음 시즌 구위 저하나 부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6선발 후보군과 롱릴리프를 미리 키워두는 것도 필요하다.
공격은 안타 수보다 득점 효율을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 출루와 장타의 균형, 득점권에서의 선수 조합이 핵심이다.
투자 원칙도 손볼 때다. 170억 원 실패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투자 중단'이 아니라 '검증된 투자'다. 데이터에 기반한 영입 기준을 세우고,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의 비중을 장기 계획으로 묶어야 한다.

선발 5명의 규정이닝은 롯데가 쌓아 올린 몇 안 되는 단단한 토대다. 2027시즌 롯데의 과제는 이 토대 위에 득점과 투자라는 기둥을 세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