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4 23:10 (수) 10.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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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갑니다" 한마디가 흔든 53년 제도…병역특례, 이번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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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갑니다" 한마디가 흔든 53년 제도…병역특례, 이번엔 바뀔까

3줄 요약
  • 아시안게임 축구 4연패 뒤 번진 논란, 국민 61% "축소·폐지"…국방부 "궁극적 폐지 목표"
  • 5년간 체육요원 80명 중 65명이 아시안게임 출신…쏠림·복무관리 허점 드러나
  • 누적 포인트제·상무 확대·봉사 실적 공개 등 대안 부상, 기존 대상자 경과조치도 과제

"군대 안 갑니다" 한마디가 흔든 53년 제도…병역특례, 이번엔 바뀔까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 한국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1대 0으로 누르고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사상 첫 4연패를 이뤘다. 축하의 시간은 짧았다. 시상식이 끝나기 무섭게 선수 몇 명의 말과 사진이 퍼지면서, 금메달은 반세기 넘게 이어진 병역특례 제도의 존폐 논쟁으로 옮겨붙었다.

7-1 금메달 뒤의 병역특례 논란.png

■ 사흘 만에 번진 불씨

입대를 9일 앞두고 있던 주장 이기혁(강원)은 인터뷰 도중 "저 군대 안 갑니다"라며 환호했다.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보다 군 면제라는 보상을 보고 뛰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막내 박승수(뉴캐슬)는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렸다. 세 선수 모두 사과문을 냈지만, 복무 중인 장병을 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앞서 야구 대표팀이 프로가 아닌 사회인 선수 중심으로 나온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딴 데 대해서도 혜택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이미 나온 상태였다.

그래서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김제덕이 시상식에서 거수경례를 하며 면제가 아니라 특례를 받은 것이라고 선을 그은 장면이 더 자주 회자됐다.

7-2 지하철 속 빛나는 메달과 병사의 시선.png

■ 숫자가 말하는 쏠림

제도는 1973년 도입돼 현재 병역법 시행령상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체육요원 요건으로 삼는다. 흔히 '군 면제'로 불리지만 엄밀히는 보충역이다. 3주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34개월 동안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 등을 수행해야 한다.

문제는 혜택이 어디로 흘러가느냐다. 이번 대회 병역 혜택 대상자 43명 가운데 축구·야구 선수가 36명이었다. 축구는 23명 중 20명이 대상이 됐고,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체육요원으로 편입된 80명 가운데 65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자격을 얻었다. 사실상 '아시안게임 금메달 제도'로 굴러온 셈이다. 복무 관리도 허술했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공익복무 규정 위반 경고가 104건 나왔고 편입 취소도 7건이었다.

7-3 축구·야구에 기운 병역특례의 저울.png

■ 여론·정치권·정부의 반응

여론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한길리서치가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500명에게 물은 결과, 아시안게임 메달 혜택만 없애자는 응답이 33.0%, 전면 폐지가 28.3%로 축소·폐지 의견이 61.3%에 달했다. 현행 유지는 30.5%였다. 축소·폐지 의견은 성별·정치 성향·연령을 가리지 않고 60% 안팎으로 고르게 나타났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53년 전 병역특례, 이제는 재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아시안게임 군 면제를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나경원 의원은 대상 대회·종목 재정의와 누적 성적 반영을 제안했다. 주호영 의원은 아시안게임 1위 일괄 편입 기준을 삭제하되 올림픽 기준은 유지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철없는 금메달 파티가 촉발한 병역특례 논란, 무엇을 건드렸나 [불 붙은 폐지론①] +3

반대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선수들의 어리숙한 행동을 정치 논쟁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오랫동안 금메달 보상의 일부였던 제도를 두고 갑자기 소란을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의 동기 부여 장치라고 강조했다.

7-4 국정감사장에 오른 제도 개선 논의.png

정부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국방부는 6일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를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다음 날 국정감사에서 특례를 점진적으로 줄여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도 "당연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병무청의 편입 요건·공익복무 체제 연구용역 결과는 다음 달 나온다. 영국 BBC도 이 논란을 비중 있게 조명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기준이 들쭉날쭉하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만, 올림픽은 동메달까지 인정한다. 세계선수권 우승만으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부 종목에서 일본이 2진급을 내보낼 만큼 아시안게임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공정성 시비를 키운다.

둘째, 단체 종목 쏠림이다. 한 대회 성적으로 수십 명이 한꺼번에 혜택을 받다 보니 대표 선발 때 미필자를 우대한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다.

셋째, 시대가 달라졌다. 저출생으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면서 징집률은 높아졌다. 세계적 성과를 낸 방탄소년단도 멤버 7명 전원이 차례로 입대해 복무를 마쳤다. 청년들이 "왜 운동선수만"이라고 묻는 배경이다.

다만 반대편 논리도 가볍지 않다. 20대 초중반은 선수 생명의 정점이고, 비인기 종목일수록 특례가 거의 유일한 보상이라는 체육계의 호소가 있다. 이미 자격을 얻은 선수에게 소급해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뢰 보호 원칙과 부딪힌다. 정부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폐지를 논의하고도 공익적 기여를 인정해 유지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이었다.

7-5 새로운 기준, 금빛 훈련의 아침.png

■ 해법은 '폐지냐 유지냐' 너머에

거론되는 대안은 여럿이다. 아시안게임 일괄 편입을 없애거나 종목·대회 수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 조계원 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국제대회 성적 누적 포인트제, 국군체육부대(상무) 활성화가 대표적이다. 봉사 실적을 공개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강화하는 일은 존폐와 상관없이 당장 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기존 대상자를 위한 경과조치와 충분한 예고 기간은 필요하다. 메달 순위가 분명한 체육과 심사로 갈리는 예술을 한 틀로 묶기 어렵다는 점도 따로 설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번 일을 철없는 선수 몇 명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그 말들이 이토록 큰 공분을 산 건 제도에 대한 의문이 이미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금메달을 위해 흘린 땀과, 묵묵히 입대하는 청년들의 1년 반. 둘 다 존중받을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이번 논란이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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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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