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형 北, 900㎞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올해만 16번째
- 한국 극초음속 시험 나흘 만의 맞대응…트럼프 '연내 회담' 손짓에도 평양은 침묵
- 억제력 강화와 대화 준비, 양자택일 아닌 '동시 전략'이 필요한 이유
- 의료지원 거부·DMZ 지뢰 갈등 속 초당적 안보 협의가 시급하다
[심층분석] 北, 900㎞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억제'와 '대화' 사이에 선 한국
북한이 12일 오전 9시20분께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 가운데 1발이 900㎞ 이상 날아간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3일 원산 발사 이후 9일 만이고, 군 당국 집계로 올해 16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일본 방위성도 2발을 탐지했다. 두 발 모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발사 당일 관영매체를 통해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발사 시점이 공교롭다. 정부는 나흘 전인 8일 국내 기술로 개발한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첫 시험발사를 공개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에 맞대응하려는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안보실은 국방부·합참이 참석한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 두 달여 새 일곱 차례…’시험'보다 '시위'에 가깝다
흐름을 보면 이번 발사를 단발성으로 보기 어렵다. 북한은 8월 6일과 12일 원산에서 미사일을 쐈고, 20일에는 평양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한꺼번에 발사했다. 9월에도 12일과 20일 두 차례 발사가 이어졌다. 이달 3일에는 원산에서 쏜 미사일이 700㎞ 이상 비행했고, 북한은 이를 "저고도에서 궤도를 바꾸는" 중거리급 극초음속 무기라고 주장했다. 8월 이후에만 일곱 번째 발사다.
이 기간 남북 간 긴장도 함께 높아졌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가 터져 우리 장병 3명이 크게 다쳤다. 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는 합동조사 끝에 북한군이 묻은 지뢰라고 결론 냈지만, 북한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 워싱턴의 손짓, 평양의 침묵
미국 쪽 분위기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11월 중국 선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담을 비공개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도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그러나 평양은 공식 응답 없이 발사만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를 ‘57개'라고 언급하면서도 비핵화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답을 피한 대목도 논란이 됐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대화 조건으로 내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회담 전망을 두고 걱정이 엇갈린다. 2019년 하노이처럼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반대로 '핵 동결' 수준의 거래로 한국의 안보 이익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정보공유 '이상 기류'와 갈라진 국내 여론
한·미·일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체계는 2023년 12월부터 가동되고 있다. 이번에도 합참은 3국이 발사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한미 양자 정보협력이다. 지난 4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평북 구성을 언급했다. 이후 미국이 일부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통일부는 공개 자료에 근거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고, 국방부는 미사일 동향 같은 핵심 정보 공유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군 당국도 최근 일부 제한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대비태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시각도 엇갈린다. 정부는 CT·X선 장비 등 약 93억원 규모의 의료장비를 평양 강동군병원에 보내기로 하고 유엔 제재 면제 승인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긴장 완화 조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은 8일과 9일 잇달아 담화를 내 이를 "정치적 도발"로 규정하고 거부했다. 보수 야권은 지원 중단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요구하며 정부의 접근이 억지력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한다. 반면 정부 측은 대화 채널이 끊긴 상태가 길어질수록 우발적 충돌을 관리하기 어려워진다고 본다.

■ 해법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억제와 대화는 서로를 배제하는 선택지가 아니다. 우선 탐지·요격 체계를 손봐야 한다. 변칙 기동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잇따르는 만큼, 3국이 서로 다른 탐지 결과를 냈을 때 이를 빠르게 조정하는 절차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의 다층 방어망을 함께 점검할 때다.
다음은 한미 정보협력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고위 당국자의 민감 정보 발언에 관한 내부 기준을 마련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 보고로 제한의 범위와 영향을 따져야 한다.
북미 회담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정상회담이 실제로 추진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동결·검증·감축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목표와 남북 연락채널 복원 같은 한국의 의제를 미국과 미리 맞춰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정치의 역할이다. 지뢰 사건과 대북 지원 문제가 정쟁의 소재로만 소비되면 북한의 '남남 갈등' 노림수에 말려들 수 있다. 사실관계를 공유하는 초당적 안보 협의 틀이 필요한 이유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미사일과 친서가 동시에 오가는 국면에 있다. 관건은 정상 간 만남이 성사되느냐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한국이 억제력의 신뢰와 대화의 주도권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