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4 20:25 (수) 10.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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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2,876억, 이자만 19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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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돌려준 과징금 2,876억, 이자만 190억

3줄 요약
  • 제재는 세졌는데 법정에선 왜 뒤집히나
  • 원금·이자·재부과, 숫자 뒤에 숨은 구조
  • 강한 제재일수록 정확해야 하는 이유

공정위 과징금, '세게'만큼 '정확하게'…4년 9개월간 2,876억 되돌려줘

기업에 물렸다가 법원 판결로 돌려준 돈 중 이자만 190억 원… 제재 강화 국면에서 '처분의 완성도' 시험대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부과했다가 법원 판결로 되돌려준 과징금이 2022년 이후 약 2,876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만 190억 원가량이다. 공정위가 올해 들어 담합 과징금 하한을 20배로 높이는 등 제재 수위를 크게 올린 터라, 처분의 법적 정확성을 둘러싼 논쟁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올해만 230억 원, 99.7%가 소송 결과

12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확정된 환급액은 가산금을 포함해 229억 7,500만 원이다. 가산금은 12억 7,700만 원이었고, 행정소송 패소나 일부 패소에 따른 금액이 전체의 99.7%를 차지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971억 원, 2023년 564억 원, 2024년 358억 원, 2025년 751억 원으로 들쭉날쭉하다. 대형 사건 한두 건의 판결 시점이 그해 통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2-1 공정위 과징금 환급 현장 _.png

호반·삼성웰스토리…법원이 짚은 '산정의 허점'

대표적인 사례가 호반건설이다. 공정위는 2023년 총수 2세 회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608억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는 부당지원으로 보기 어렵다는 고법 판단을 유지했고, 이에 따라 365억 원이 최종 취소됐다. PF 대출 무상 지급보증과 건설공사 이관에 대한 제재는 그대로 유지됐다. 위법은 인정되되 제재 범위가 좁혀진 경우다.

삼성웰스토리 사건은 규모가 더 크다. 공정위는 2021년 삼성전자 등 4개 계열사가 사내급식 물량을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줬다며 5개사에 2,349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서울고법은 올해 4월 이들 계열사가 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단은 남아 있다. 11개 제강사 담합 사건에서는 가산금이 붙으면서 당초 부과액 313억 원보다 많은 322억 원이 환급됐다(뉴데일리, 박준태 의원실 자료).

2-2 대법원으로 향하는 가을의 법정 뉴스.png

"무리한 제재" vs "승소율 90% 넘어"

재계는 '엄벌 행정'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행정소송으로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 원금은 5,547억 원이며, 정부는 내년 공정위 소송 수행 예산으로 58억 원을 편성했다. 처분 논리에 허점이 있어도 후속 제재가 두려워 기업이 공개 반론을 삼가는 관행도 거론된다.

공정위 시각은 다르다. 공정위는 시정조치 불복 소송에서 전부 또는 일부 승소한 판결 비율이 90%를 넘는다고 반박해 왔다. 처분 전부가 취소된 비율은 2023년 기준 10.4%였다. 오히려 그간 제재가 너무 가벼웠다는 문제의식이 정책의 출발점이다. 4월 30일부터 시행된 개정 고시는 담합의 최저 부과기준율을 0.5%에서 10%로, 중대한 담합은 3%에서 15%로 올렸고, 부당지원·사익편취 하한도 20%에서 100%로 높였다.

2-3 엇갈린 시선, 법 집행 논쟁.png

10년 넘은 숙제, 해외도 예외 아냐

환급 논란은 새 이야기가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과징금 환급금은 3,572억 원, 가산금은 373억 원에 달했고, 예산정책처는 부과 전문성을 높여 환급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사원은 시중금리가 내려가는데도 가산금 요율을 제때 조정하지 않아 57억여 원을 과다 지출한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해외 경쟁당국도 같은 문제를 겪는다. EU 법원은 2022년 집행위원회의 경제 분석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며 인텔에 부과된 10억 6,000만 유로 과징금 대부분을 취소했고, 집행위는 이자로만 5억 1,555만 유로를 지급하게 됐다.

2-4 과징금 환급 논란과 해외 사례.png

통계 읽는 법부터 바로잡아야

숫자를 해석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공정위는 8월 25일 설명자료에서 7월 보도된 환급액 1,070억 원 가운데 909억 원은 재산정 대상이며 최종 확정 환급은 161억 원이라고 밝혔다. 일부 패소 시 처분을 통째로 취소하고 다시 부과하는 구조 탓에 '돌려줬다가 다시 받는' 돈이 통계에 섞인다는 얘기다. 원금 환급은 걷은 돈을 돌려주는 것이어서 새 세금 지출과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가산금은 고스란히 국고 부담이다.

2-5 밤의 데이터 환급 분석 사무실.png

해법은 '완화'가 아니라 '정밀화'

제재를 약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형 사건은 의결 전 외부 법률·경제 전문가의 교차 검증을 거치고, 관련 매출액과 위반 기간 산정 근거를 의결서에 구체적으로 남겨야 한다. 패소 판결을 유형별로 분석해 고시에 반영하고, 일부 패소 때 전부 취소 후 재부과하는 절차는 법 개정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 환급 원금과 가산금, 재부과액을 따로 공시하면 '혈세 낭비' 공방도 숫자로 정리될 수 있다.

2-6 정밀 처분을 위한 조사 회의.png

과징금을 무겁게 매길수록 그 근거는 더 단단해야 한다. 강한 제재가 법정에서 무너지면 시장에 남는 것은 억지력이 아니라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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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기자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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