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칼럼 [코리안드림-⑥] 코리안드림 실현의 주체는 누구인가?
한반도 통일은 남과 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동북아 질서와 세계 질서의 변화와 맞물려 있는 국제정치의 핵심 과제다. 한반도는 오랫동안 강대국의 이해가 충돌해 온 전략적 요충지였다. 그러므로 통일을 말할 때 우리는 반드시 국제전략과 통일외교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코리안드림은 민족 내부의 꿈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향한 평화 비전이다. 남과 북이 하나 되는 것을 넘어, 통일대한민국이 동북아의 안정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코리안드림의 실현은 국내적 준비와 국제적 설득이 함께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첫째, 대한민국은 통일의 주도권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한반도의 미래는 외부 강대국이 대신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다. 주변국의 협력은 필요하지만, 통일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한민족과 대한민국 국민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와 인권의 가치를 바탕으로 통일의 방향을 당당하게 제시해야 한다.
둘째, 한미동맹은 통일외교의 핵심 축이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번영은 한미동맹 위에서 성장해 왔다. 통일 과정에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 핵 문제, 동북아 안보 질서, 경제 재건, 국제금융 지원, 평화체제 구축 등 통일 과정의 주요 과제들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 기술동맹, 경제동맹, 세계평화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 통일대한민국이 자유롭고 번영하며 책임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통일은 한반도의 혼란이 아니라 동북아 안정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셋째, 일본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한일관계에는 아픈 역사와 복잡한 감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일 협력은 피할 수 없는 전략적 과제다. 통일대한민국이 등장하면 동북아의 경제·안보·문화 질서는 크게 바뀐다. 일본 역시 한반도 통일이 지역 안정과 경제 협력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한일 협력은 과거를 잊자는 뜻이 아니다.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포기하지 말자는 뜻이다. 역사 문제는 원칙 있게 다루고, 안보와 경제, 청년 교류와 문화 협력은 미래지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통일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국익과 평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넷째, 중국과의 관계는 지혜롭게 관리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다. 북한과의 역사적 관계, 국경 문제, 안보 이해관계, 경제적 영향력 때문에 중국은 통일 과정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지만, 통일의 원칙을 양보해서도 안 된다.
중국에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은 통일대한민국이 중국을 포위하거나 위협하기 위한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일대한민국은 안정된 한반도, 열린 경제, 평화로운 동북아 질서를 지향한다. 북한의 불안정과 핵 위협이 오히려 중국의 장기 이익에도 부담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다섯째, 러시아와의 관계도 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러시아는 한반도 북방경제와 에너지, 철도, 유라시아 연결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 국제정세에 따라 관계가 흔들릴 수 있지만, 통일 이후의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외교는 단기적 긴장만이 아니라 장기적 지도를 함께 보아야 한다.
여섯째,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국제법, 인도주의, 경제 재건, 난민 문제, 핵 폐기, 평화체제 등 다양한 국제적 과제를 포함한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 통일대한민국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통일은 특정 국가의 이익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세계 평화와 인권, 동북아 안정에 기여하는 일임을 알려야 한다.
일곱째, 해외동포 네트워크를 통일외교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에 흩어진 한민족은 코리안드림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소중한 민간 외교 자산이다. 미국, 일본, 중국, 중앙아시아, 유럽, 동남아 등지의 해외동포들은 각 나라의 시민으로 살면서도 한민족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의 네트워크가 연결될 때 코리안드림은 세계적 운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코리안드림의 국제전략은 분명한 원칙 위에 서야 한다. 첫째는 자유와 인권의 원칙이다. 둘째는 평화와 안정의 원칙이다. 셋째는 공동번영의 원칙이다. 넷째는 국제책임의 원칙이다. 이 네 가지 원칙이 분명할 때 대한민국의 통일외교는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통일외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수동성이다. 주변국이 어떻게 나올지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먼저 통일의 비전과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통일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주변국에는 어떤 이익을 줄 것인지, 세계 평화에는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 하나 경계해야 할 것은 내부 분열이다. 대한민국 내부가 통일의 방향을 놓고 극단적으로 갈라져 있으면 국제사회도 대한민국의 비전을 신뢰하기 어렵다. 외교는 밖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강한 외교는 내부의 합의와 국민적 자신감에서 나온다. 국민이 통일의 방향에 대해 큰 틀의 공감대를 갖고 있을 때 대한민국의 통일외교는 힘을 갖는다.
코리안드림은 한반도를 닫힌 분단지대로 보지 않는다. 한반도를 대륙과 해양, 동양과 서양, 자유와 평화, 경제와 문화를 잇는 세계적 플랫폼으로 본다. 통일대한민국은 동북아의 변방이 아니라 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통일외교의 목표는 단순히 주변국의 반대를 줄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더 적극적으로, 통일대한민국이 모든 나라에 이익이 되는 미래라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미국에는 자유와 안보의 동맹국으로, 일본에는 평화와 경제 협력의 동반자로, 중국에는 안정과 번영의 이웃으로, 러시아에는 유라시아 연결의 파트너로, 국제사회에는 인권과 평화의 모델국가로 다가가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세계사의 변방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냉전의 마지막 장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 질서를 여는 문명사적 사건이 될 수 있다. 분단의 땅이 평화의 땅으로 바뀌고, 대결의 선이 번영의 길로 바뀌는 순간, 코리안드림은 세계가 함께 주목하는 비전이 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큰 외교를 준비해야 한다. 분단 관리 외교를 넘어 통일 설계 외교로, 안보 방어 외교를 넘어 평화 창조 외교로, 국익 중심 외교를 넘어 인류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책임 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코리안드림은 묻는다.
우리는 한반도의 미래를 남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먼저 꿈꾸고, 설계하고, 세계를 설득할 것인가.
대답은 분명하다.
통일의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그 꿈은 세계와 함께 실현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코리안드림이 제시하는 통일경제와 한반도 신성장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