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05 20:33 (일) 07.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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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메모리부터 자이로까지 국산화 성공, 대한민국 우주산업은…

우주 메모리부터 자이로까지 국산화 성공, 대한민국 우주산업은 자립의 시대에 들어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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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우주신기술'로 지정된 파이버프로의 저궤도 위성용 광섬유 자이로(사진=우주항공청)
대한민국 우주산업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해 오던 우주 등급 메모리 반도체와 위성 정밀자세 제어용 자이로, 재사용 로켓용 핵심 코팅 기술 등이 국내 민간 기업의 독자 기술로 개발되면서 우주산업의 기술 자립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17일 경남 사천 청사에서 제2차 우주 신기술 8건을 선정하고 개발 기업에 지정 증서를 수여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술은 위성 분야 4건과 발사체 분야 4건으로 구성됐다. 특히 오랜 기간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던 핵심 부품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가 새로운 기술을 선정한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훨씬 깊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 개발의 성과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의 필수 조건인 독자적인 산업 생태계를 갖추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우주산업의 핵심은 로켓이 아니라 부품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에 있다

많은 사람은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거대한 로켓과 인공위성을 떠올린다. 그러나 실제 우주산업의 경쟁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 기술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뛰어난 로켓을 개발하더라도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한다면 공급망이 흔들리는 순간 우주산업 전체가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은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와 위성 항법 장치, 우주용 센서 등 전략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면서 국가 간 경쟁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주 신기술 선정은 단순한 기술 인증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독자적인 우주 공급망을 구축하기 시작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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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우주신기술'로 지정된 엠아이디의 우주 등급 고신뢰성 메모리(SRAM).(사진=우주항공청)
위성 분야에서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이번에 선정된 기술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위성 핵심 부품이다. 파이버프로의 저궤도 위성용 광섬유 자이로는 위성의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장치다.

사람이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귀 안의 평형기관이 필요한 것처럼 위성 역시 우주 공간에서 자신의 방향을 정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이러한 핵심 기술은 해외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이번 국산화를 통해 다양한 국산 위성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엠아이디가 개발한 우주 등급 고신뢰성 메모리 반도체 역시 의미가 크다. 우주 공간은 극심한 온도 변화와 강한 방사선 환경에 노출돼 있기에 일반 반도체를 사용할 수 없다.

극한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특수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번 기술 확보는 수입에 의존하던 우주용 메모리 시장에 국내 공급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두시텍의 정지궤도 위성용 GNSS 수신기와 코스모비의 홀추력기 기술 역시 향후 초저궤도 위성과 심우주 탐사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발사체 분야는 재사용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발사체 분야 역시 주목할 만하다. 비츠로넥스텍의 금속 발화 방지 내산화 코팅 기술은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엔진 내부 부품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특히 재사용 발사체 시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현재 세계 우주산업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에서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로켓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 기업들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재사용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메탄 엔진 연소기 역시 미래 우주산업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메탄은 기존 연료보다 효율성이 높고 친환경적인 특성이 있어 차세대 우주 추진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3D 프린팅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엔진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성능 향상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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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우주신기술'로 지정된 이노스페이스의 이원추진제 재생냉각 메탄엔진 연소기. (사진=우주항공청)
우주산업은 더 이상 국가 독점 산업이 아니다

이번 선정 결과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민간 기업의 역할 확대다. 과거 우주산업은 국가 기관만 수행할 수 있는 영역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우주산업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기반을 구축하고 민간 기업은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구조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역시 민간 기업이 우주산업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은 단순한 부품 제조업체가 아니다. 미래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성할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은 우주를 얼마나 많이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독립적으로 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21세기의 우주 경쟁은 과거와 다르다. 과거의 우주 경쟁이 국기를 꽂는 경쟁이었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공급망을 확보하는 경쟁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위성과 우주 인터넷, 지구 관측과 자원 탐사, 우주 물류와 우주 관광 산업까지 새로운 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그만큼 핵심 기술의 독립성은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 국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로켓을 보유하고 있느냐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얼마나 많은 핵심 부품을 독자적으로 생산하고 안정적인 우주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새로운 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주 자립 국가로 가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서 있다

이번 우주 신기술 선정은 단순한 기술 인증 행사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수입에 의존하던 우주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우주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양산 체계 구축과 국제 경쟁력 확보, 안정적인 민간 투자 생태계 조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우리는 지금 몇 개의 새로운 기술이 탄생한 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우주 기술 소비국을 넘어 우주 기술 공급국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역사적 전환점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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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용 기자
admin@aju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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