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두 달을 넘기며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 전황은 단기간 내 일방적 결론에 이를 것이라는 초기 전망과 달리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걸프 지역 미군기지 10여 곳이 파괴됐고, 복구 비용만 최대 50억달러, 한화 약 7조4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미 국방부는 전쟁 첫 6일간 113억달러 이상을 지출했으며, 초기 이틀간 탄약 비용만 56억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 단순한 전술적 충돌을 넘어, 전쟁은 미국의 군사력과 달러 패권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시험하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고비용 전쟁과 비대칭 전략의 충돌
이번 전쟁의 가장 큰 특징은 ‘비용의 비대칭성’이다. 미국은 정밀유도무기, 항모전단, 고성능 요격체계 등 고가 전력을 앞세웠다. 그러나 이란은 저가 드론과 탄도·순항미사일을 활용해 대응했다. 분석에 따르면 일부 정밀유도무기 재고는 30~80%까지 소진됐고, 이를 재충전하는 데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이란이 활용한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은 미국의 원거리 전력 투사를 제약하는 방식이다 . 이는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이 채택해온 전략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중국이 이번 전쟁을 면밀히 분석하며 미국의 전쟁 수행 방식과 대응 역량을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
전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의 맥락 속에서 읽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월 방중 일정이 중동 정세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전쟁이 외교 일정과 글로벌 전략 구도에 직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페르시아만, 피해 입은 군사 기지, 드론 떼 대 첨단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보여주는 전략적 전쟁 지도
동맹 피로와 시장의 신호
전쟁은 군사 영역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달러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5주 동안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된 외국 보유 미 국채는 820억달러 감소해 2조7천억달러로 줄었고, 이는 2012년 이후 최저치다 .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3.9%에서 4%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기축통화이며 이를 대체할 통화는 뚜렷하지 않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전쟁 리스크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부 중동 산유국과 수입국의 국채 매도 움직임은 지정학적 충격이 금융시장에 직접 파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동맹국 내부에서도 전략 자산 차출과 참전 압박에 대한 피로감이 관측된다 .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그 운용 방식과 전략적 목표 설정에 대한 논쟁은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정 정치 세력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 패권 구조 유지에 대한 구조적 고민의 영역이다.
군사·통화·외교의 동시 압박
미국 패권은 군사력, 달러, 동맹 네트워크라는 세 축 위에 서 있다. 이번 전쟁은 이 세 요소를 동시에 흔들고 있다.
첫째, 군사력은 소모 비용과 생산 구조의 한계에 직면했다. 고가 무기 중심의 산업 구조는 단기 압도력을 제공하지만, 장기 다품종·대량 생산 체계에는 취약하다 .
둘째, 달러 패권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될 경우 외환 보유 구조의 다변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외교 리더십은 전략적 일관성과 출구 전략의 명확성에서 시험을 받고 있다 .
이 같은 복합 압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
전쟁이 남긴 교훈은 단순히 군사적 우위만으로 국제질서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첫째, 군사 산업 구조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고가 정밀무기와 더불어 비용 효율적 무기 체계의 병행 생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공급망 복원과 제조업 역량 확대도 병행돼야 한다.
둘째, 외교적 다층 전략이 요구된다. 중동 안정화는 군사력만이 아니라 지역 국가들과의 신뢰 구축, 다자 외교 채널 강화, 분쟁 관리 메커니즘 복원이 병행돼야 한다.
셋째, 금융 안정 장치 강화가 필요하다. 미 국채 수요 기반을 다변화하고, 위기 시 유동성 공급 체계를 정교화하는 조치가 요구된다.
이는 특정 인물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강국조차 구조적 환경 변화 속에서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동 지형을 형상화한 체스판 너머로 마주 보고 있는 미국과 중국 지도자들의 긴장감 넘치는 외교적 장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국제질서의 재편은 시작됐다. 미국의 군사력과 달러는 여전히 세계의 중심축이다. 다만 이번 전쟁은 그 축이 영구불변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사회는 감정이 아닌 구조로 대응해야 한다. 위기의 본질은 한 나라의 흥망이 아니라, 질서 전환의 속도와 방향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