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선거'…장동혁의 총력전, 국민의힘은 왜 ‘생존 프레임’에 올인했나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지역 개발이나 생활밀착형 공약보다 국가 체제와 안보, 경제 생존을 둘러싼 총력전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장 대표는 21일 SNS를 통해 “함께 뛰어야 승리한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 발언의 핵심은 단순한 선거 독려가 아니었다.
메시지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기’, 그리고 ‘저지’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재판취소 특검”, “헌법 개정”, “장기 독재”,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같은 표현을 연이어 사용했다. 지방선거임에도 국민의힘이 사실상 대선급 체제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이 처한 정치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서울·부산·대구 등 주요 지역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우세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는 조사까지 나오며 국민의힘 내부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전통적 보수 우세 지역인 부산과 대구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하면서, 국민의힘은 단순 지역 현안만으로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 대표의 전략은 명확하다. 지방선거를 “이재명 정부 심판론”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선거의 초점을 지방행정 능력이나 지역 공약에서 끌어내려 중앙 권력 견제 프레임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다. 실제로 장 대표의 발언을 보면 지역 공약보다 안보·세금·부동산·헌정질서 문제가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경제와 부동산 문제를 결합한 공격이다. 장 대표는 민주당이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인상과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며 “내 집에서 쫓겨나는 부동산 지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국민 생활 전반에 세금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공포 심리를 자극해 중산층과 자영업자, 생활물가에 민감한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고물가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금폭탄 프레임’은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층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안보 이슈 역시 강하게 전면화됐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를 겨냥해 “자주”와 “주권”을 내세운 대외정책이 결국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중동 정세와 연결해 이란·이스라엘 문제까지 끌어들인 것은 보수층 안보 불안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읽힌다.
이는 단순한 외교 논쟁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현재 선거를 ‘경제 불안’과 ‘안보 불안’을 동시에 자극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 즉 “민주당이 집권하면 재산도 위험하고 안보도 위험하다”는 이중 위기론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 전략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 활용해 온 방식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표현 수위가 훨씬 강경하다.
실제 장 대표는 “대한민국의 생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단순히 정권 견제 수준이 아니라 국가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열세 속에서 보수층 투표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절박함이 반영된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이날 장 대표의 공식 선거운동 첫 일정 역시 상징성이 컸다. 그는 자정 직후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단식 농성 중이던 양향자 후보를 만났다. 반도체 생산라인과 노사 갈등 문제를 선거 메시지와 연결한 것이다.
양 후보는 삼성전자 노사 갈등 중재와 반도체 생산 차질 문제를 이유로 단식 농성을 이어왔고, 국민의힘은 이를 “국가 산업을 지키기 위한 투쟁”으로 포장했다. 장 대표 역시 “반도체가 멈추면 대한민국이 멈춘다”는 논리를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산업 현안이 아니라 경제안보 프레임이다. 반도체를 국가 생존 산업으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산업과 국가경제를 지키는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평택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의 핵심 거점이자 수도권 민심의 상징성이 큰 지역이다. 장 대표가 선거운동 첫 출발지를 이곳으로 정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서 “반기업 정당 vs 산업 수호 정당”이라는 구도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후 장 대표가 대전과 충청권으로 이동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충청은 전통적으로 전국 선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국민의힘은 수도권 열세를 충청권 방어와 영남 결집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의 이런 강경 프레임 전략이 실제로 중도층 확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지층 결집 효과는 분명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강한 위기론과 체제 붕괴 담론은 오히려 중도층 피로감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지역 공약보다 중앙정치 공방이 과도하게 부각될 경우 “왜 지방선거를 대선처럼 치르느냐”는 역풍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권력 재편 이상의 의미를 띠고 있다. 민주당은 지방권력 확대와 정권 안정론을, 국민의힘은 중앙권력 견제와 체제 수호론을 각각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장동혁 대표의 첫날 메시지는 국민의힘이 이번 선거를 사실상 “정권과의 전면전”으로 규정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