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5-21 17:21 (목) 05.2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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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 탱크데이?” 스타벅스 마케팅, 왜 전국적 불매로 번졌나

“5·18에 탱크데이?” 스타벅스 마케팅, 왜 전국적 불매로 번졌나

머그컵 깨고 탈퇴까지…‘탱크데이’ 사태, 기업 리스크의 교훈

5·18에 ‘탱크데이’…기업 마케팅, 역사 감수성 시험대에 서다

사과·경질·감사 착수에도 불매 확산…“의도보다 시스템의 문제”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한 커피 브랜드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이 전국적 논란으로 번지며 기업 마케팅의 역사 감수성과 내부 검증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날짜(5월 18일)와 ‘탱크’라는 제품 콘셉트, 그리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결합되면서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발표 내용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논란은 18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텀블러와 머그컵을 파손하는 영상, 멤버십 탈퇴 및 자동충전 해지 인증 게시물을 올리며 불매 의사를 표명했다. 서울 일부 매장에서는 점심시간 대기 인원이 평소보다 줄었다는 소비자 체감 반응도 나왔다. 온라인상 관련 해시태그 게시물은 수만 건 규모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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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임원회의와 깨진 머그잔

회사는 당일과 다음 날에 걸쳐 세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다. 모기업 회장은 “있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마케팅”이라고 밝히고 대표 교체 및 고강도 감사를 예고했다. 그룹 차원의 조사에서는 이벤트 날짜 선정 경위, 네이밍 결정 과정, 문구 승인 절차 등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의 쟁점은 ‘고의성’ 판단을 넘어선다. 전문가들은 “역사적 기념일과 상업적 메시지의 충돌을 사전에 걸러내는 시스템이 작동했는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해당 이벤트는 전략·기획·마케팅 라인을 거쳐 대표이사 승인에 이르는 다단계 결재 구조를 통상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역사·사회적 리스크를 별도로 점검하는 장치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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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저울

최근 유통·외식업계에서 MD(기획상품) 매출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화제성 굿즈 중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속도와 주목도를 중시하는 기획이 늘어났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 맥락 검토가 형식화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글로벌 브랜드들은 재난·참사 기념일에는 프로모션을 자제하거나 사회공헌 메시지로 전환하는 ‘캘린더 리스크 관리’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시민사회는 경위 공개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단체는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의도적 폄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발언이 이어졌지만, 사안의 본질은 정쟁이 아니라 기업의 공적 책임과 위기관리 체계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브랜드 신뢰는 단기간에 축적되지 않는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주요 소비재 브랜드의 평판지수는 사회적 이슈 발생 직후 평균 20~40% 변동 폭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역사·인권 이슈와 결합될 경우 회복 기간이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위기 발생 24시간 내 초기 대응의 투명성이 회복 속도를 좌우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세 가지 제도적 보완을 제안한다.

첫째, ‘캘린더 리스크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다. 국가기념일·참사일·사회적 민감일을 사전에 정리해 해당일 마케팅은 자동으로 경고 알림이 뜨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일정 규모 이상 프로모션은 외부 자문위원 심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둘째, ESG 내 ‘사회(S)’ 영역의 정량화다. 단순 사회공헌 실적을 넘어 역사·인권 감수성 교육 이수율, 민감 콘텐츠 사전 검토 비율 등을 지표화해 공개하는 방식이다. 일부 글로벌 기업은 분기별로 ‘문화·사회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셋째, 위기 대응 매뉴얼의 고도화다. 사실관계 공개, 책임 주체 명확화, 재발방지 일정표 제시, 이해당사자와의 직접 소통 등 단계별 대응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발성 사과문보다 실행 계획과 일정 공개가 신뢰 회복에 더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특정 기업을 넘어 한국 사회의 기업 문화 전반에 질문을 던진다. 상업적 창의성과 사회적 책임은 대립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상징과 맞닿는 순간, 마케팅은 단순한 판매 전략을 넘어 공적 메시지가 된다. 기념일과 상업성의 경계는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기업 내부의 검증 시스템은 충분히 작동하고 있는가.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신뢰는 위기에서 시험된다. 이번 사태가 단순 논란으로 끝날지, 기업 문화의 성찰로 이어질지는 향후 조치의 구체성과 투명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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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숙
eunsou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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