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31 11:44 (금) 07.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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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두로프를 겨눴다…텔레그램을 둘러싼 ‘국가 대 플랫폼’…

러시아도 두로프를 겨눴다…텔레그램을 둘러싼 ‘국가 대 플랫폼’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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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메신저 앱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사진=SNS)
‘비밀 메신저’ 텔레그램을 만든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파벨 두로프가 모국 러시아의 국제수배 대상에 올랐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9일 두로프를 형법상 ‘테러 활동 지원’ 혐의로 기소하고 국제수배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테러·극단주의 단체들이 운영하는 채널과 대화방, 봇을 삭제하지 않아 러시아 내 파괴 공작과 테러, 살인, 사이버 사기를 방조했다는 주장이다.

FSB는 텔레그램을 이용한 활동으로 다수의 인명 피해와 수십억 루블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데이팅 봇 ‘다빈치크·레오’ 등이 러시아 청소년을 파괴 공작에 끌어들이는 통로로 이용됐으며 최근 1년간 12∼22세 4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러시아 보안당국의 주장으로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은 플랫폼의 책임만으로 보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사회의 핵심 정보망이 된 텔레그램을 누가 통제할 것인지를 둘러싼 충돌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통신망이 된 텔레그램

2013년 두로프 형제가 출시한 텔레그램은 월간 활성 이용자가 10억 명을 넘어섰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옛 소련권에서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텔레그램은 개인 메신저를 넘어 전쟁 정보망으로 변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 군 관계자, 종군기자와 군사 블로거들이 전황과 공습경보, 사상자 정보, 전쟁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선전과 반선전, 정보전과 심리전도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태도에는 모순이 있다. 러시아 당국은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테러 조직의 통로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크렘린궁과 국방부를 비롯한 러시아 국가기관도 텔레그램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친정부 군사 블로거와 지방정부, 관영매체에도 텔레그램은 대체하기 어려운 정보 전달망이다.

텔레그램은 러시아가 필요로 하는 통신 인프라이면서 동시에 국가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공간이다. 두로프에 대한 기소는 러시아가 텔레그램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운영권이 국가 통제 밖에 있는 상황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테러 방지’ 뒤에 놓인 디지털 통제

러시아는 이미 텔레그램에 단계적으로 압박을 가해왔다. 통신 감독기관 로스콤나드조르는 2025년 8월 텔레그램과 왓츠앱의 음성·영상 통화 기능을 제한했다.

두 서비스가 사기와 갈취, 테러 모의에 이용되면서도 수사기관의 정보 제공 요구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2026년 2월에는 텔레그램의 접속 속도까지 낮췄다.

러시아 법원도 금지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며 올해 들어서만 1억 루블이 넘는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목표가 유해 콘텐츠 차단에만 있는지는 의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텔레그램과 왓츠앱을 제한하는 동시에 정부 지원 메신저 ‘막스’를 확산시키고 있다. 막스는 메시지와 통화뿐 아니라 행정서비스, 결제, 신원확인까지 연결하는 ‘슈퍼앱’을 지향한다.

새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막스를 기본 설치하도록 하는 정책도 추진됐다. 표면적으로는 외국 기술 의존을 줄이는 ‘디지털 주권’이다.

하지만, 반정부 인사와 디지털 권리단체들은 정부가 이용자의 통신과 개인정보를 쉽게 추적할 수 있는 국가 통제형 플랫폼으로 국민을 이동시키려 한다고 비판한다.

러시아는 텔레그램에 대한 의존도가 큰 만큼 즉각적인 전면 차단 대신 기능을 떨어뜨리고 법적 위험을 높여 이용자를 막스로 서서히 이동시키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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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두로프와 러시아의 오래된 악연

두로프가 러시아 정부와 충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06년 러시아 최대 소셜미디어 브콘탁테를 설립했다.

그러나 러시아 총선 부정 의혹에 따른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당국은 야권 인사와 반정부 단체의 계정을 차단하도록 요구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시위 참가자들의 개인정보 제공 요구도 이어졌다.

두로프는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고 2014년 자신이 세운 회사의 경영권을 잃은 뒤 러시아를 떠났다. 텔레그램은 정부가 이용자의 정보와 대화를 요구해도 쉽게 넘겨주지 않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다.

러시아는 2018년에도 텔레그램에 암호 해독 수단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서비스를 차단했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우회 접속을 이어가고 정부 기관까지 텔레그램을 사용하면서 차단은 실패했다.

러시아는 2020년 공식적으로 조치를 해제했다. 과거에는 기술적으로 텔레그램을 막으려 했다면 이제는 창업자 개인에게 테러 지원이라는 중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발표 이후 공식 엑스 계정에 두로프가 손가락 욕설을 하는 과거 사진을 올리며 맞섰다.

프랑스도 수사하지만, 성격은 다르다

두로프를 압박하는 국가는 러시아만이 아니다. 그는 2024년 8월 파리 르부르제 공항에서 프랑스 당국에 체포됐다.

프랑스 수사기관은 텔레그램에서 아동 성착취물과 마약 거래, 사기, 자금세탁 등이 확산했는데도 회사가 이를 충분히 차단하지 않고 사법당국의 적법한 요구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두로프는 보석금 500만 유로를 내고 석방됐지만 한동안 프랑스를 떠날 수 없었다. 이후 출국 제한이 완화돼 두바이를 오갈 수 있게 됐으나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는 모두 텔레그램에서 발생한 범죄를 막지 않은 책임을 두로프에게 묻는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은 다르다.

프랑스 수사는 아동 성착취물과 마약 거래 등 구체적인 범죄에 대한 플랫폼의 협조 의무와 경영진의 방조 책임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러시아는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활동을 방치했다며 국가안보와 테러 혐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텔레그램을 제한하고 자국 메신저를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두로프를 국제수배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령되는 것도 아니다. 인터폴은 정치·군사적 성격의 수배 요청을 별도로 심사한다.

두로프가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 국적을 가진 만큼 실제로 체포돼 러시아로 송환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플랫폼 책임 사이

두로프 사건은 한 기업인의 형사사건을 넘어선다. 핵심 질문은 메신저 운영자가 이용자의 범죄에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이다.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비공개성은 언론인과 반정부 활동가가 검열을 피해 소통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같은 특성은 테러조직과 사기범, 아동 성착취물 유통 조직에도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텔레그램을 모든 대화가 종단간 암호화된 완전한 ‘비밀 메신저’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일반 대화와 단체 대화는 텔레그램 서버를 이용하는 클라우드 방식이다.

이는 발신자와 수신자만 내용을 볼 수 있는 종단간 암호화를 별도로 설정하는 ‘비밀 대화’에 적용된다. 따라서 공개 채널에서 운영되는 테러 선전이나 아동 성착취물 유통까지 사생활 보호라는 명분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국가가 테러와 극단주의의 범위를 자의적으로 넓혀 반정부 의견과 전쟁 비판까지 삭제하도록 요구한다면 플랫폼 협조는 검열의 도구가 된다.

두로프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압박받고 있다. 프랑스는 범죄 콘텐츠를 충분히 통제하지 않았다고 추궁하고 러시아는 국가가 요구한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았다고 처벌하려 한다.

한쪽은 플랫폼의 책임을, 다른 한쪽은 국가에 대한 복종을 요구한다. 러시아의 두로프 국제수배는 한 사람을 잡기 위한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국경을 넘는 플랫폼의 규칙을 기업과 국가 중 누가 정할 것인지 그 사이에서 이용자의 자유와 안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둘러싼 권력투쟁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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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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