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7-27 12:20 (월) 07.2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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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자리 다툼이 멱살잡이로…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권위가 …

상임위 자리 다툼이 멱살잡이로…국민의힘 원내지도부의 권위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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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의원이다.(사진=SNS)
국민의힘의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배정을 둘러싼 내부 불만이 결국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 권영진 의원은 지난 23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아가 자신을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 배정한 데 항의하며 정보위원회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권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멱살을 잡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항의하자 권 의원은 “멱살을 열 번이라도 잡겠다”는 취지로 맞섰고, 주변 의원들이 말리는 과정에서도 추가적인 몸싸움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하루 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저의 부족함이고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만으로 사건이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만 소화한 뒤 원내대책회의에 불참했다. 당 사무처와 원내지도부에서는 공개 사과와 윤리위원회 회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도 “항의는 권리이지만 폭력은 잘못”이라며 국민과 당원에게 사죄를 요구했다. 이번 사건은 한 의원의 부적절한 행동이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그 배경에는 상임위 배정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권영진은 왜 행안위를 거부했나

권 의원은 대구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재선 의원이다. 행정 경험을 고려하면 행정안전위원회 배정 자체가 전혀 어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방행정과 재난 안전, 경찰·소방 업무를 다루는 행안위는 광역단체장 출신 의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상임위다. 그럼에도 권 의원은 행안위 간사 배정에 반발하며 정보위원회 이동을 요구했다.

국회 상임위는 단순히 정책 분야를 나누는 조직이 아니다. 의원에게는 전문성을 쌓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무대다.

정부 부처를 상대로 자료를 요구하고 예산과 법률을 심사할 수 있어 어느 상임위에 배정되느냐에 따라 의원의 향후 정치 활동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간사는 여야 협상과 의사일정 조율을 담당하는 상임위 내 핵심 보직이다. 그러나 간사직에는 실무 부담과 정치적 책임도 따른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가 아니라면 의원 측은 명예보다 부담이 큰 자리로 느낄 수 있다.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과 국가안보 현안을 다루고 회의 상당 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특수 상임위다. 정권과 안보 현안을 둘러싼 정치적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선호가 높은 편이다.

보도에 따르면 권 의원은 과거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양보한 전력이 있다는 점도 항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내가 전에는 양보하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자신의 희망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정에 불만이 있더라도 원내대표에게 욕설하고 신체적 폭력을 행사한 것은 별개의 문제다. 상임위 배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려면 배정 기준과 절차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야지, 물리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강민국도 항의…문제는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표시한 의원은 권 의원만이 아니었다. 재선 강민국 의원도 재정경제기획위원회 배정을 놓고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원들 사이에서도 배정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선수와 전문성, 지역 안배가 제대로 고려됐는지를 두고 불만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권 의원 개인의 품행 문제로만 정리하면 갈등의 뿌리는 남게 된다.

상임위 배정은 원내대표가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권한 가운데 하나다. 의원들은 희망 상임위를 제출하지만,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 인기 상임위에는 지원자가 몰리고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상임위에도 일정 인원을 채워야 한다.

결국 원내지도부는 전문성과 선수, 지역, 전반기 활동, 당직 기여도 등을 종합해 조정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기준이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누구는 원하는 상임위에 가고 누구는 밀려났는데 이유가 공개되지 않으면 배정은 원칙이 아니라 친소관계나 계파, 지도부와의 거리로 결정됐다는 의심을 받게 된다.

권 의원의 폭력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지만, 여러 의원이 동시에 “배정 원칙을 밝혀라”고 요구했다면 원내지도부도 기준과 협의 과정을 설명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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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사진=SNS)
54일 만에 끝난 원 구성, 내부 충돌로 빛바래

이번 소동은 22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개원 54일 만에 사실상 마무리된 날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교육위원장에 김희정 의원, 외교통일위원장에 송석준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김성원 의원, 보건복지위원장에 이만희 의원, 정보위원장에 이양수 의원 등을 확정했다.

국토교통위원장 경선에서는 유의동 의원이 49표를 얻어 김정재 의원을 단 한 표 차이로 이겼다. 임이자 의원은 자신이 맡기로 했던 성평등가족위원장 자리를 경선에서 패한 김 의원에게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원 구성 자체가 늦어진 데다, 국민의힘은 전반기부터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장기간 대치했다. 지난 6월에는 민주당 주도로 상임위원 배정이 이뤄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괄 사임계를 내는 방식으로 반발하기도 했다.

외부와의 협상에서 당의 주장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어렵게 확보한 상임위 자리를 내부에서 다시 나누는 과정까지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 구성 지연으로 국회가 54일간 정상적인 상임위 활동을 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협상이 끝난 날 여당 의원들이 자리 배분을 놓고 멱살잡이를 벌인 장면은 국민에게 더 강한 불신을 남겼다.

정점식 리더십이 직접 타격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정치적 상처를 입은 사람은 정점식 원내대표다.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야당과 협상하며 원내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그 권위는 법률상 강제력보다 의원들의 신뢰와 정치적 합의에서 나온다.

그런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에게 공개적으로 모욕과 물리적 위협을 당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적 수모를 넘어 원내지도부의 통제력이 무너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정 원내대표가 다음 날 원내대책회의에 불참한 것도 이러한 상처를 보여준다.

원내대표실 관계자가 “원내대표의 권위가 멱살로 귀결되는 상황을 모두 지켜봤다”라고 설명한 것은 이번 사건을 개인 간 다툼이 아니라 지도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지금 우리 당에는 원내대표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권 의원의 행위를 비판하는 동시에, 사건 이후 흔들린 정 원내대표의 권위를 당 차원에서 복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당이 권 의원에게 공개 사과만 요구하고 징계 없이 마무리한다면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더 약해질 수 있다. 앞으로도 상임위나 당직 배분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거친 방식으로 지도부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강한 징계를 내리면 대구·경북 지역과 일부 의원들의 반발을 불러 당내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

정 원내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보복이 아니라, 폭력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묻되 상임위 배정 기준도 투명하게 설명하는 이중 대응이다.

국회 상임위가 ‘입법 무대’ 아닌 ‘자리’로 변질

이번 사건은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원회를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보여준다. 상임위는 법안을 심사하고 정부 부처를 감시하는 국회 활동의 중심이다. 원칙적으로는 의원의 전문성과 지역 현안, 정책 관심을 기준으로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토교통위와 산업위, 정무위 등 개발·금융·기업 정책과 관련된 상임위에 의원들의 선호가 집중된다. 지역구 사업과 예산 확보, 기업 접촉, 언론 노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보위와 법사위처럼 정치적 영향력이 큰 상임위도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업무 부담은 크지만, 지역구 이해와 직접 연결되기 어려운 상임위는 상대적으로 기피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는 국가 정책을 심사하는 공적 역할보다 의원 개인의 정치적 자산처럼 취급된다.

권 의원이 정보위 배정을 요구하며 행안위 간사직을 거부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본인의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다만 상임위 선택이 멱살잡이까지 부를 정도로 중요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국회 운영의 왜곡을 드러낸다.

의원이 특정 상임위에 가야 할 전문적 이유가 있다면 이를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상임위가 의원 개인의 소유물이나 보상처럼 인식되면 배정에서 밀린 의원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과로 끝내면 ‘폭력’, 징계만 하면 ‘원인’이 남는다

권 의원은 당 단체대화방에 “정 원내대표에게 큰 결례를 범하고 리더십에 상처를 드렸다”며 동료 의원과 당원, 국민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는 자신이 문제 삼았던 상임위 배정의 구체적인 부당성이 무엇이었는지, 물리적 충돌이 정확히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

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윤리위원회 징계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폭력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일을 내부 화해로 덮는다면 국회 밖의 폭력에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다. 동시에 원내지도부는 상임위 배정표를 만든 원칙과 절차를 공개해야 한다.

전문성과 선수, 지역 안배, 본인 희망, 전반기 배정, 당직 수행 여부 가운데 무엇을 우선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유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권 의원만 징계하면 폭력의 책임은 물을 수 있지만 배정 과정의 불신은 남는다. 반대로 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볍게 처리하면 당의 질서는 무너진다. 두 문제는 분리해 동시에 다뤄야 한다.

멱살잡이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적 조정 능력의 붕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이다. 그러나 후반기 국회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내부의 자리 배분 문제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야당이 정부·여당을 상대로 정책과 원칙을 요구하려면 먼저 내부 의사결정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상임위 배정을 설명하지 못하고 불만을 대화로 조정하지 못하며 의원이 원내대표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는 대외적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권영진 의원의 행동은 명백히 부적절했다. 원내대표에게 불만이 있더라도 욕설과 물리력은 정치적 항의가 아니라 폭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한 의원의 불찰’로만 정리해서도 안 된다.

여러 의원이 배정 원칙에 불만을 표시했고 원내대표가 공식 회의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지도부 권위가 흔들렸다는 것은 당 운영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상임위원회는 의원에게 나눠주는 전리품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정부와 법안을 심사하는 자리다. 그 자리를 놓고 멱살을 잡은 순간 국민의힘이 잃은 것은 원하는 상임위 하나가 아니라 공당으로서의 신뢰였다.

권 의원의 공개 사과와 징계는 사건의 출발점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진짜 밝혀야 할 것은 누가 누구의 멱살을 잡았는지만이 아니라, 왜 상임위 배정 하나를 대화로 풀지 못할 만큼 원내지도부와 의원들 사이의 신뢰가 무너졌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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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기자
hyunse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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