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6-28 09:19 (일) 06.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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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vs 0원"… 합성니코틴 담뱃세, 누가 100년 치를 사재기했나

"16조 vs 0원"… 합성니코틴 담뱃세, 누가 100년 치를 사재기했나

시행 전 1,500톤 집중 수입의 진실, 탈세인가 제도 과도기인가

[심층분석] "16조 vs 0원"… 합성니코틴 탈세 의혹, 조세 공백인가 관리 실패인가

"니코틴 0%"라 광고하던 액상형 전자담배에서 니코틴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온라인에서 '무니코틴'을 내세워 팔리던 제품 105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13개에서 니코틴이, 12개에서는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종 물질 '6-메틸니코틴'이 검출됐다. 이 한 줄의 검사 결과가, 같은 주에 국회에서 터진 '16조 원 담뱃세 탈세 의혹'과 맞물리며 전자담배 규제 시스템 전체를 시험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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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불거진 합성니코틴 16조 원 탈세 의혹

논란의 포문은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이 열었다. 그는 6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시민단체 '시민공론광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산 액상 전자담배가 과세 대상인 '연초(천연)니코틴' 제품인데도 업체들이 서류를 조작해 비과세 대상인 '합성니코틴'으로 둔갑시켜 들여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규모는 16조에서 많게는 20조 원. 범정부 합동조사단 구성을 촉구한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태"라는 경고로까지 번졌다.

추산인가, 입증인가 — 주장과 반박의 정면 대조

핵심은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에 있다. 정 의원 측은 2016년 이후 합성니코틴으로 신고돼 수입된 제품이 30㎖ 기준 약 3억 병 팔렸고, 병당 평균 담뱃세 5만4,000원을 적용하면 16조 원 이상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고 추산했다. 또 법 공포일(2025년 12월 23일)부터 시행일(2026년 4월 24일) 사이 약 1,500톤의 액상이 집중 수입됐는데, 이는 현재 소비량 기준 100년 이상 쓸 물량이라며 '사재기형 세금 회피'를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6월 24일 재정경제부·관세청·식약처 합동 브리핑으로 맞섰다. 정부의 반박 요지는 세 가지다. 첫째, 개정법 시행 전 합성니코틴은 공식 관리 대상이 아니어서 "3억 병이라는 판매량 자체를 확인할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중국에서 합성니코틴 생산이 엄격히 규제되는 것은 사실이나 수출이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어서 수입품 전체를 천연니코틴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 셋째, 시행 전 물량 비과세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급입법 우려로 합의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리하면 정치권은 "잠재적 탈세 규모"를, 정부는 "입증 가능한 실제 탈세액"을 말하고 있다. 같은 사안을 보는 두 개의 자(尺)가 충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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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정부의 정면 충돌 「추산과 입증, 두 개의 저울이 마주 서다」

정부가 만든 통계가 곧 '관리 실패'의 증거

그러나 정부 역시 허위 신고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지 못한다. 관세청은 2019년부터 합성니코틴 수입 시 6종의 서류 제출과 천연·합성 여부·함량 기재를 의무화했고, 2022년 11월 천연과 합성을 구분하는 성분 분석법을 자체 개발한 뒤 허위 신고를 적발해 왔다. 적발 건수는 2022년 10건(290ℓ), 2023년 27건(163ℓ), 2024년 5건(1.62ℓ), 2025년 2건(0.02ℓ)으로 뚜렷한 감소세다.

정부는 이를 '통관 심사 강화의 성과'로 내세운다. 하지만 같은 수치는 분석법이 마련되기 전 수년간은 천연·합성을 가려낼 도구조차 없었음을 동시에 증언한다. 성과 지표가 곧 공백의 흔적이기도 한, 행정의 양면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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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시장과 규제의 충돌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세금보다 무서운 '폐로 들어가는 미검증 물질'

이번 사안의 더 날카로운 칼날은 건강에 있다. 합성니코틴은 4월 개정법으로 담배에 편입됐지만, 6-메틸니코틴 같은 '유사니코틴'은 여전히 별도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 물질은 2023년 미국에 '메타틴'이란 이름으로 등장한 신종 화학물질로, 니코틴과 유사한 작용과 세포독성이 보고됐으나 국내외 어디에서도 충분한 유해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독성 전문가들은 "니코틴이 없어도 액상형 흡입제품은 나머지 성분이 동일해 포름알데히드 등 발암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유사니코틴 수입은 올해에만 13톤 넘게 급증했다. 식약처는 6-메틸니코틴 유해성 평가를 연내 마무리하고, 교육부는 학생 대상 경고 교육과 가정통신문 발송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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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로 들어가는 미검증 물질 (건강 경고 미니멀리즘) 한글 제목 「니코틴 0퍼센트라는 광고가 숨긴 진실」

4각의 이해관계, 그리고 진짜 쟁점

이 사안에는 네 개의 시선이 얽혀 있다. 정부는 제도 개선 이후 관리가 강화됐다고 강조하고, 정치권은 과거 과세 공백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한다. 업계는 합성니코틴의 합법성과 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소비자·시민단체는 안전성 검증과 청소년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든다. 결국 진짜 쟁점은 "탈세액이 정확히 얼마냐"보다 "왜 이 정도 의혹이 제기될 만큼의 공백이 존재했는가"에 가깝다.

세계와 비교하면 — 그리고 남은 과제

미국과 유럽은 일찍이 합성니코틴까지 담배 규제 범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해 왔다. 한국도 이번 개정으로 니코틴 자체를 규제 대상에 넣었지만, 시행 이전 물량의 과세·관리 기준은 여전히 회색지대로 남아 있다.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수입 실태에 대한 객관적 전수조사, 통관·과세의 사후 검증 강화, 유사니코틴 독성평가 제도화, 그리고 신종 흡입 화학물질에 대한 선제적 규제 체계 구축이다. 조세 정의와 국민 건강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세금 체계의 허점은 시장을 왜곡하고, 안전성 검증의 공백은 소비자 피해로 직결된다. 이번 논란은 산업의 성장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 결과라는 점에서, 탈세 의혹을 넘어 국가 규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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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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