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6-24 23:07 (수) 06.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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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성공할 줄 알고 가담”…박성재 징역 25년, 법원이 본 결정…

“내란 성공할 줄 알고 가담”…박성재 징역 25년, 법원이 본 결정적 이유

윤석열 최측근 박성재 중형 선고, 계엄 판결문에 담긴 충격적 판단

“내란이 성공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는 판결의 의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1심 법원이 징역 25년을 선고한 것은 단순한 형량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재판부는 그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출국금지팀 비상대기, 교정시설 수용공간 확보,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등을 지시한 점을 들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인정했고, “비상계엄이 성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상태에서 가담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는 법무부 장관이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임을 저버리고, 오히려 계엄 집행의 실행 인프라를 마련한 행위로 본 것이다.

이번 판결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국가기관이 민주주의를 방어하기보다 권력의 연장선에서 움직일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포고령 발표 이전부터 후속 조치가 준비됐다는 점이었다. 즉,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설계와 실행 가능성의 확보가 있었고, 법원은 이를 위법성 인식과 국헌문란 목적의 정황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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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국가기관 실패의 구조

민주주의는 군사력만으로 무너지지 않는다. 법률과 행정, 사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권력 집중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이번 사건에서 법무부는 출국금지와 교정, 검찰 인력 동원이라는 핵심 통제 장치를 쥔 기관이었다. 재판부는 이런 조치들이 단순한 행정 대비가 아니라 포고령 위반자를 묶어 두고 이동을 차단하는 계엄 집행의 전 단계였다고 봤다.

실제로 법원은 위헌·위법한 포고령만으로는 출국금지나 체포·구금이 자동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데도, 박 전 장관이 부하 공무원들에게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가기관이 중립적 관료집단이 아니라 정치적 명령을 실행하는 도구로 전환될 때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를 보여준다. 민주주의 붕괴는 늘 총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관료적 승인과 조직적 협조가 붙는 순간, 위법한 권력은 훨씬 더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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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권력, 법정에서 드러난 비상계엄 책임의 순간

권력 핵심부의 동조

이번 판결이 더 큰 파장을 낳는 이유는, 법원이 비상계엄을 일회성 판단이 아니라 장기간 준비된 권력 프로젝트로 읽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적어도 2023년부터 계엄 의사를 주변에 언급해왔고, 군 수뇌부와의 논의가 이어졌다고 봤다. 사실로 확정될 경우,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정 위기가 아니라 헌정질서 전복을 염두에 둔 계획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법원은 그를 ‘침묵한 참모’가 아니라 ‘실행에 참여한 국무위원’으로 봤다. 도의적 책임은 인정하지만 법적 책임은 없다는 방어 논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고위 공직자의 책임 범위를 크게 넓히는 판단이며, 향후 권력기관 내부 인사의 법적 책임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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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의 그림자, 권력 핵심부에서 진행된 의사결정 구조를 추적하다

통계가 말하는 민주주의 위험

이 사건을 단발성 정치 스캔들로 보면 본질을 놓치기 쉽다. 국제 조사들에 따르면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 불신은 이미 넓게 확산돼 있다. 53개국 조사에서 응답자의 상당수가 자국 정부를 비민주적으로 인식했고, 민주주의 위협 요인으로 경제적 불평등과 언론 자유 제한이 크게 지목됐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위기 권력은 “질서 회복” 같은 명분으로 예외권력을 확대하기 쉽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비상계엄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고, 헌정질서가 겉으로는 안정적이어도 실제로는 제도 내부의 견제 장치가 얼마나 작동하는지가 핵심 변수라는 점이 확인됐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적 유죄를 넘어, 민주주의의 안전장치가 한순간에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경고로 읽힌다.

국내외 비교 사례

한국의 과거를 보면 1979년 12·12 군사반란과 1980년 비상계엄 확대는 군이 주도한 권력 장악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군뿐 아니라 법무·행정·검찰 조직 일부가 연계됐다는 점에서 더 복합적이다. 이는 쿠데타가 더 이상 무장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과 행정의 협조 여부에 따라 성공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외 사례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다. 칠레 피노체트 쿠데타는 군사력만으로 설명되지 않았고, 미국의 조력과 제도적 협조가 권력 장악을 뒷받침했다는 평가가 있다. 권위주의는 늘 총칼보다 넓은 범위를 가진다. 법률가, 행정관료, 정보기관, 검찰이 함께 움직일 때 민주주의는 훨씬 빠르게 훼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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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보다 위험했던 제도 내부의 동조, 민주주의 위기의 구조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

정치·사법적 파장

이번 판결은 아직 1심이지만, 향후 윤 전 대통령 사건과 관련 재판의 중요한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계엄의 동기, 후속조치의 계획성, 국가기관의 협조 구조가 함께 입증됐다는 점은 사건의 성격을 단순한 오판이 아니라 헌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하게 만든다. 여권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야권은 헌정질서 회복 프레임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판결이 “헌법 수호 의무는 선언이 아니라 행동”임을 다시 못 박았다는 점이다. 고위 공직자가 위기 앞에서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무엇을 도왔는지에 따라 민주주의의 운명은 달라진다. 이번 사건은 그 책임의 무게를 법원이 가장 강한 언어로 경고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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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기자
parkro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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