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6-14 18:31 (일) 06.1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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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점령한 ‘웰니스’… 보험사까지 몰린 이유

서울광장 점령한 ‘웰니스’… 보험사까지 몰린 이유

운동 넘어 금융까지 결합한 건강 플랫폼의 실험

광장서 하늘 보며 트레드밀… 운동·휴식·금융 결합한 '도시형 웰니스' 실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일흔이 넘었는데 오늘은 스무 살은 젊어진 기분이에요."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 7m 높이의 인공 암벽을 단 55초 만에 완등한 김교영 씨(71)는 안전 장비를 벗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처음 클라이밍을 체험했다는 그는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8도를 웃도는 초여름 더위에도 광장은 종일 시민들의 발길로 붐볐다.

'2026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 축제'가 이날 막을 올렸다. 동아일보·채널A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후원해 11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는, 단순 체험형 박람회를 넘어 운동·휴식·스마트 헬스케어·금융 컨설팅이 한자리에 결합한 복합 웰니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건강의 개념이 '신체 관리'에서 '생애 설계'로 확장되는 흐름이 현장 곳곳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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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에서 펼쳐진 도심형 웰니스 축제와 건강·금융 융합 현장

■ 현장 — '치료'가 아니라 '관리'를 소비하다

행사장에는 △스마트헬스케어 △메디컬 △러닝테크존 △공공라이프 △금융헬스케어 △헬시푸드 6개 분야 66개 부스가 마련됐다. 트레드밀·줄넘기·풀업·클라이밍 등 시민이 직접 몸을 쓰는 참여형 프로그램이 중심에 놓였다.

'일상 속 운동'을 강조한 '투게더런' 행사에서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노선매 씨(81)는 트레드밀 위에서 약 15분간 시속 2.2㎞ 속도로 1000보가량을 걸었다. 노 씨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곳에서 운동을 하니 상쾌하고,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얻었다"고 했다.

'줄넘기' 공간에서는 50개 미션에 성공한 이들의 환호와 목표를 눈앞에 두고 실패한 참가자들의 탄성이 교차했다. 48개에서 아쉽게 미션에 실패한 회사원 조은정 씨(38)는 "평소 운동을 잘 하지 않았는데 오늘 여러 부스를 둘러보며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참가자 상당수가 60~80대였고, 고령층이 클라이밍과 트레드밀에 직접 도전하는 모습은 건강을 대하는 방식이 수동적 치료에서 능동적 자기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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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손자와 할아버지가 함께 줄넘기를 하며 즐거워 한다

■ 데이터 — 초고령사회가 만든 '건강 수요'

이 변화의 배경에는 가파른 인구 구조 변화가 있다.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해,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 비중은 2036년 30%, 2050년에는 4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비 부담도 함께 커진다. 2023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530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7만7000원 증가했다. 반면 삶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현재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고령자는 35.5%로, 전 연령대 평균(40.1%)보다 낮았다. '오래 사는 시대'가 곧 '잘 사는 시대'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예방 중심의 능동적 건강관리 수요는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한다. 삼일PwC·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원격의료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서 연평균 31%씩 성장해 2027년 4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의 공통 배경으로 인구 고령화와 보건 재정 이슈, 치료보다 예방·관리로의 의료 목적 전환이 꼽힌다. 김 씨와 노 씨가 광장에서 흘린 땀은, 이런 거시 흐름의 축소판인 셈이다.

■ 사회 반응 — "활력 얻었다" vs "결국 마케팅 아니냐"

현장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운동 경험이 적었던 시민이 "건강관리에 더 신경 쓰겠다"고 다짐하는 모습, 고령자가 "활력을 얻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행사의 공공 캠페인적 성격을 보여준다.

다만 신중론도 있다. 금융헬스케어 부스에서 운동 체험이 곧 보장 점검·재무 상담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다. 행사 효과가 시민 건강 증진을 넘어 잠재 고객 발굴 전략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상업성의 경계를 어떻게 그을 것이냐는 물음이 남는다.

■ ① — '건강 리스크'의 자산화

가장 주목할 변화는 금융의 적극적 진입이다. 건강관리 앱과 연계해 건강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은 건강 데이터를 보험료 산정 체계에 직접 연결한 사례다. '건강이 곧 자산'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건강 데이터의 금융화'라는 새 국면을 연다.

문제는 데이터의 민감성이다. 2023년 3월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근거 조항을 신설해 의료 마이데이터 활성화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지만, 의료데이터는 민감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엄격한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건강등급이 높은 사람에게 혜택이 쏠릴 경우, 건강 취약계층이 오히려 불리해지는 '역선택' 우려도 제기된다.

■ ② — 고령층 디지털 격차

주 참여층이 고령자라는 점은 또 다른 과제를 드러낸다. 앱 기반 건강관리와 데이터 연계 혜택은 디지털 활용 능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가 노년층의 건강 정보 접근과 건강한 생활습관에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혜택에서 배제된다면, 건강관리 플랫폼이 격차를 줄이기는커녕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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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디지털 격차와 세대 공존을 담은 장면

■ 대책 — 투명성·공정성·접근성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시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네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건강 데이터 활용 범위·목적의 투명한 고지다. 어떤 데이터가 어디까지 보험료 산정에 쓰이는지 사전에 명확히 알려야 한다. 둘째, 할인 구조의 공정성 검증이다. 건강 취약계층이 구조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차등 설계를 사회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공공광장 활용 모델의 제도화다. 일회성 행사를 넘어 예방 중심 건강 정책의 상시 인프라로 발전시킬지 검토할 때다. 넷째, 고령층 디지털 접근성 지원 확대다. 앱 사용 교육과 오프라인 대체 창구를 병행해 격차를 줄여야 한다.

■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서울헬스쇼는 단순 체험 행사가 아니라 '건강―금융―공공공간'이 결합한 도시형 플랫폼의 실험이다. 건강은 이제 병원 안의 문제가 아니라 광장과 앱, 보험료와 연결된 일상적 관리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흔의 클라이밍 완등과 여든의 트레드밀 1000보가 보여주듯 시민의 의지는 분명하다. 관건은 이 흐름이 모두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공공 모델로 자리 잡을지, 데이터를 매개로 한 또 하나의 상업화 모델로 굳어질지에 있다. 광장은 지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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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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