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5-22 01:03 (금) 05.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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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투키디데스의 함정 속에 감추어진 정…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투키디데스의 함정 속에 감추어진 정치적 계산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끝났는가… 미중이 선택한 새로운 외교 공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9년 만에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공식 방문하면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나 세간의 기대와 달리 구체적 합의문도 공동성명도 성명서도 공동 기자회견도 없어서 이번 양국 정상회담이 빈속 외교가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히 그렇다. 미국이 중국의 정상회담을 통해 얻어낸 것이란 고작 중국이 보잉사의 항공기 200대 구매하고 대두를 비롯한 미국산 농수산물 및 석유를 수입하겠다는 약속 정도였다. 중국의 항공기 구매도 당초에 500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농수산물의 경우에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도 않았다. 미국산 석유를 중국이 구매하겠다는 것도 중국이 중동산 석유 수입 비중을 다소 줄이겠다는 것과 아울러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따라 석유 수입을 다각도로 할 필요에 따른 것이었을 뿐이다. 이런 정도로 미국이 중국과의 정상회담 결과라고 제시하기에는 뭔가 궁색해 보이기도 한다. 더욱이 미국의 거물급 인사들까지도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했는데도 미국 기업인들이 대중국 투자 강화 및 중국 시장의 중요성 정도만 발언했을 뿐이다. 반도체 수출 통제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관세 문제도 희토류 문제도 사실상 원론적인 수준 정도로 그쳤지만 향후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권기환칼럼 “침묵의 정상회담, 보이지 않는 거래”.png
침묵의 정상회담, 보이지 않는 거래

그런데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이것은 트럼프가 나름대로 방중의 필요성을 느꼈고 11월 중간 선거를 위해 무언가 내세우는 데에 어쩌면 미-중 정상회담만큼 좋은 이벤트도 없을 것이다. 트럼프가 과거와 달리 중국 때리기보다 오히려 시진핑을 위대한 지도자로서 치켜세우고 자신이 황제급 대우를 받으면서도 어쨌든 대중국 관계를 관리적 차원에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는 사실 정상회담의 성과보다 현재 이란과의 전쟁에 발이 묶이고 미국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시진핑도 중국몽과 MAGA가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서로 패권 경쟁을 할 수 있지만, 서로 대결과 충돌보다는 서로 이익을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진핑은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을 갖고 나왔는데, 과거에 이 함정이 없다는 발언과 달리 이번에는 이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 함정은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말한 것인데, 그리스의 강국인 스파르타가 신흥 강국인 아테네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었고 지중해 패권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 정치학적으로는 이 용어는 신흥무역 강국이 기존의 국제 구도를 흔들면 기존 무역 강국과 신흥무역 강국이 서로 충돌한다는 뜻이다. 이 의미로 보면 시진핑이 이 함정이 없다는 과거의 발언은 중국이 기존의 국제 질서를 해칠 의도가 없으니 미국과도 군사적 충돌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이 함정을 극복해야 한다는 발언은 강국인 미국이 국제 질서를 어기고 있는데, G2 국가로서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대국의 위치에서 서로 군사적 충돌보다 서로 협력하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말이 된다.

권기환칼럼 “투키디데스의 함정”.png
투키디데스의 함정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약 431년경 - 기원전 404)은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과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 사이에 벌어진 대 그리스 제국의 내전이고, 전투 지역은 그리스 본토, 소아시아, 시칠리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되었다. 이 전쟁은 아테네의 패배와 아테네의 궤멸로 끝났지만, 이후에 스파르타도 테베에 의해 패배당했고 이후에 테베마저도 마케도니아에 패배했다. 이 전쟁이 처음에는 강력한 해군을 바탕으로 해상권을 장악했던 아테네가 유리했다. 스파르타가 아티케(아테네에 입성하기 위해서 이 지역을 장악해야 했기 때문이다) 를 선제공격했지만 이 전투는 당시 스파르타의 왕이었던 아르키디모스가 일으킨 전쟁이기도 하다 - 아테네가 스파르타의 본거지인 펠로폰네소스 해안을 해군으로 습격할 때까지만 해도 정황 자체는 아테네에 전혀 불리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지역에 하필 자연재해로 인해 아테네 해군이 전투다운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상당히 군사적으로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아테네는 육군보다 해군이 강했던 반면 스파르타는 반대로 해군보다 육군이 강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아테네 해군의 심각한 타격은 결과적으로 군사적 측면에서 이후에 스파르타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테네도 다시 전세를 만회하기 위해 이른바 시칠리아 원정대를 파견했는데, 문제는 당시 새로운 사령관이었던 알키비아데스(소크라테승의 제자)가 정적들의 모함으로 죽을 위기에 봉착하자 아예 스파르타로 망명해 버린 바람에 아테네군 전체가 궤멸되어 버렸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마지막 전투는 아이고스포타모이 해전인데, 이 해전에 스파르타와 군사협정을 체결한 페르시아가 개입함으로써 아테네는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의 모든 영광은 이 전쟁으로 순식간에 사라졌으며 이후로도 더 이상 지중해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시진핑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하는 말을 되짚어 보자. 이 말 속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충돌하게 되면 그 틈에서 생기는 이익을 누가 갖고 가겠는지를 트럼프에게 생각해 보라는 뜻도 될 것이다. 아마도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푸틴 대통령도 곧 방중을 한다고 하니 시진핑은 또 어떤 화두를 던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 공감하는 것과 서로 공감하지 않은 것도 있어 보인다. 미국은 주로 공감하는 부분에 포인트를, 중국은 서로 공감하지 않은 부분에 포인트를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 반대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에 관해 원칙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하지만 종전 협상의 물꼬를 트기에는 아직 멀어 보인다. 거기에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이란 전쟁을 보는 시각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니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국제 질서 안에서 수행될 것인데, 미국이 이미 기존의 국제 질서를 깨버렸으니, 책임이 미국 측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을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건 중국의 역린인 대만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는 것이 군사적 충돌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시진핑이 말한 것이다. 대만 문제에 관해 트럼프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방어할 것인지라는 질문에 오늘은 말하지 않겠다고 발언도 트럼프 대만이 독립을 선언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도, 더 나아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문제에 관해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식의 협상카드로 활용하겠다는 발언도 실로 대만으로서는 속 뒤집어질 상황이다. 그렇다! 트럼프가 이번 방중에서 보여준 모습은 평소 트럼프의 방식이 아니라 나름대로 준비는 했지만, 거친 언사를 절제하면서 침묵하는 모습을, 시진핑은 평소대로 경고와 더불어 차분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미국-중국 정상회담의 결과는 전체적으로 시진핑의 판정승이라 하겠다. 반대로 트럼프로서는 판정패인데, 그것이 현재 트럼프의 낮은 지지율과 더불어 전통적 지지층의 분열로 인해 방중이라도 해서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아쉬운 처지라고도 하겠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9월 중 방문을 요청했지만, 중국은 이에 대해 명확히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사실 이번 정상회담 전에 미국과 중국에서 사전에 각각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것이지만, 아쉬운 것은 북미 대화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다급해진 트럼프가 북미 대화까지 진행하기엔 중국과 중요한 현안에 가려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왜 우리가 외교에서 강대국의 입김에만 의존해야 하는지는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권기환칼럼 “강대국 사이의 한국”.png
강대국 사이의 한국

필자가 오랫동안 국제관계를 다루면서 언제나 염두에 두었던 것은 변화하는 국제관계를 균형 있게 보려는 열린 태도와 자세라 하겠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물론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함정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 현재 국제 정세에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지혜와 교훈이 무엇인지가 무엇인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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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fiow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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