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5-22 01:03 (금) 05.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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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임금,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공정수당' 도입으로 달…

비정규직 임금, 10년 전 수준으로 후퇴…'공정수당' 도입으로 달라질까

격차 확대의 구조적 원인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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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격차 인포그래픽

정규직 100만원 벌 때 비정규직 65만원

10년 만의 최대 임금격차공정수당은 구조 해법이 될 수 있나

노동·경제부 | 2025년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기반

지난해 정규직이 100만 원을 버는 동안 비정규직은 65만 원을 받는 데 그쳤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5 6월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 비율이 65.2%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격차다. 고용의 양이 늘었음에도 질은 오히려 후퇴한 셈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공공부문 단기계약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이것이 수십 년에 걸쳐 굳어진 구조적 이중노동시장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단기 처방에 그칠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만의 최대 격차무엇이 벌어졌나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1인당 시간당 임금 총액은 2 5839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그러나 정규직은 2 8599(3.2% 상승)인 반면 비정규직은 1 8635(1.3% 상승)에 그쳤다. 2%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비정규직의 실질임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격차는 단순한 시간당 임금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비정규직 내부에서도 기간제(2.6%), 파견(2.5%), 단시간(2.3%) 순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졌지만, 정규직의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격차는 더욱 가파르다.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같은 규모 비정규직은 61.1% 수준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1.5%로 내려앉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에 정규·비정규 간 격차가 겹치면서 이른바 '이중 이중구조'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보험 가입률 역시 정규직 94% 이상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68~82% 수준으로 차이가 유지됐다. 월평균 근로시간은 전체 146.3시간으로 0.5시간 줄었고, 저임금 근로자(중위임금 3분의 2 미만) 비중은 15.8%로 소폭 내렸으며 임금 5분위 배율도 4.39배로 개선됐다. 그러나 전체 분배지표가 완화되는 흐름 속에서도 고용형태 간 격차만은 오히려 확대됐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핵심 메시지다.

노동부는 단시간·고령·여성 중심의 비정규직 유입 증가와 보건사회복지업 비중 확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고령화로 인한 단시간 노동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대거 비정규직 통계에 편입되면서 평균 임금을 끌어내렸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일자리가 늘었다'는 숫자 뒤에 숨겨진 질적 후퇴가 이 조사를 통해 드러난 셈이다.

공정수당 도입정책의 구조와 의도

정부는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다. 현재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14 6400명 중 절반인 7 3200명이 1년 미만 계약 상태라는 조사 결과에 근거한 조치다. 공정수당은 생활임금(최저임금의 118%, 254 5000)을 기준으로 계약기간에 따라 8.5~10%를 지급하며, 최대 248 8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정책의 핵심 설계 원리는 단기계약의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 법정 퇴직금 적립률( 8.3%)보다 높은 8.5~10%를 적용함으로써, 기관 입장에서는 11개월짜리 계약을 반복하는 이른바 '쪼개기 계약'보다 1년 이상 고용을 유지하는 편이 비용상 더 불리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단순 수당 지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금체계 하한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상향하고, 채용 사전심사제를 강화해 1년 미만 계약은 예외적 사유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조 설계적 성격을 띤다.

공정수당 도입 이후 예상되는 5가지 변화

변화 항목

전망

쪼개기 계약 급감

11개월 반복계약의 비용 메리트 소멸단기계약 비중 단계적 감소

무기계약직 증가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원칙 재확인일부 직군 무기계약 전환 확대

단기 채용 위축

1인당 고용비용 상승단기 일자리 감소, 외주·용역 전환 우려

재정 부담 증가

1000억원 이상 추가 소요 추산국회 예산 심의 과정서 조정 가능

민간 확산 여부

공공 선도모델 실험민간 확대 시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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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수당 정책 발표 장면(생성형 AI)

엇갈린 시선기대와 우려의 사회적 반응

노동계는 이번 정책을 제한적으로 환영하면서도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한다. 공정수당이 법정 퇴직금보다 높은 보상률로 설계된 것은 단기계약 남용에 대한 경제적 억제 장치로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핵심 문제는 공공부문에 국한된 조치라는 점이다. 전체 비정규직 가운데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현실에서, 이 정책이 민간 부문의 이중구조 해소로 이어지지 않는 한 '섬 속의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또한 정규직 전환이 늘더라도 무기계약직이라는 또 다른 중간 지대가 확대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단기 고용비용 상승이 오히려 채용 자체를 억제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계절성·프로젝트형 업무, 행사·선거·재난 대응 등 단기 인력 수요가 필수적인 현장에서 선택지가 줄어들면, 기관은 외주나 용역으로 우회하거나 업무 자체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정책의 목적인 '고용 안정'과 반대 방향으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논리다. 재정 측면에서도 1000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반면 구체적인 재원 조달 계획은 아직 명확하지 않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학계와 노동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이중구조 실험'의 성격을 띤다고 분석한다. 공공부문에서 1~2년 내 통계적 효과가 확인된다면 민간 확산 압력이 높아질 것이고, 반대로 채용 감소 또는 외주 전환이 통계에 나타난다면 정책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어느 방향이든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여론이나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실증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공통된 시각이다. 이미 10년 전 수준으로 회귀한 격차 수치는, 한국 사회가 수치를 둘러싼 논쟁보다 구조 변화를 위한 행동에 더 집중해야 할 시점임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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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상징하는 출퇴근 풍경 대비(생성형 AI)

재발 방지와 구조 개혁남은 과제들

전문가들은 이번 격차 확대의 근본 원인이 임금 인상 속도의 차이가 아닌 노동시장 이중구조 그 자체에 있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그 해소를 위해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실질 적용 범위 확대다. 현행 법체계에서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 차별이 허용되는 구조가 온존한다. 이를 개선하려면 직무 중심 임금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사전심사제의 실효성도 핵심 과제다. 제도적으로 1년 미만 계약을 금지하더라도, 기관이 외주·용역으로 우회하거나 해당 업무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예외 인정 기준을 엄격히 하고, 위반 시 실질적인 제재가 뒤따르는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한편 사회보험 가입률 격차(정규직 94% 이상 vs 비정규직 68~82%) 역시 단순 임금 격차 못지않게 중요한 생활 수준 격차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을 실질적으로 촉진하는 보완책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생산성과 지불 능력을 높이는 산업정책이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공공부문 임금 규제만으로는 민간 부문의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 고령화에 따른 단시간 노동의 구조적 확대라는 인구학적 변수도 정책 설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노동 수요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계약 기간 규제보다, 단시간·고령 노동자에 대한 별도의 처우 기준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상징적 전환인가, 구조개혁의 시작인가

내년부터 단기 공공 일자리는 '싸게 쓰는 인력'이 아닌 '더 비용이 드는 고용 형태'가 된다. 이 구조 변화가 고용 안정을 촉진할지, 아니면 채용 위축이라는 역설을 만들어낼지는 1~2년 내 실증 통계가 답을 줄 것이다. 10년 만에 최대로 벌어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한국 노동시장이 양적 확대를 추구하는 사이 질적 구조 개혁을 미뤄온 결과물이다. 단기계약의 경제적 유인을 제거하려는 공정수당의 설계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예산 확보·사전심사 실효성·민간 확산이라는 세 가지 변수가 동시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구조개혁의 출발점이 아닌 또 하나의 공공부문 복지 수당으로 기억될 수 있다. 이 정책이 진정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의 첫 단추가 되려면, 제도 설계만큼이나 실행과 검증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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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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