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번 탄 ‘지쿠’…공유 킥보드 넘어 전국 이동·에너지망 노린다

지바이크에 따르면 11일 현재 지쿠의 전동킥보드와 자전거 누적 이용은 2억 9,000만건을 넘어섰다.
누적 이동거리는 약 3억 8,300만㎞다. 지구 둘레를 약 9,545번 돌 수 있는 거리다. 숫자보다 눈에 띄는 것은 증가 속도다.
누적 이용 1억건에서 2억건까지 20개월이 걸렸지만 2억건에서 3억건까지는 약 16개월로 단축될 전망이다. 같은 1억건을 추가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4개월 줄어든 것이다.
지바이크가 밝힌 전체 이용자 700만명 가운데 20·30대가 53%를 차지하고 월간활성이용자(MAU)에서도 2030 비중이 57.56%에 달한다.
한때 관광지나 대학가에서 잠깐 이용하는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등장했던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PM)가 일부 세대에서는 출퇴근과 등하교를 연결하는 일상적인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바이크가 바라보는 다음 10년은 킥보드 숫자를 늘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회사가 전국에 구축한 운영망과 이용자, 배터리를 하나의 인프라로 묶어 ‘공유 킥보드 사업자’에서 도시의 단거리 이동과 에너지를 담당하는 플랫폼으로 올라서겠다는 전략이다.
157개 지역으로 넓어진 ‘지쿠 생활권’
지바이크 성장의 가장 큰 자산은 서비스 지역이다. 회사에 따르면 지쿠는 현재 전국 157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모두 진출해 사실상 전국 단위 서비스망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공유 모빌리티에서 서비스 지역의 확대는 단순히 지도 위의 점이 늘어나는 것과 다르다.
이용자가 다른 도시로 이동하더라도 동일한 애플리케이션과 결제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고 사업자는 여러 지역에서 확보한 운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기 배치와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지바이크는 여기에 직영 운영 방식을 결합했다. 회사는 운행 기기의 약 90%를 전국 40여개 직영 캠프를 통해 관리한다고 설명한다.
기기 회수와 재배치, 충전, 정비, 청결 관리 등을 상당 부분 자체 인력과 조직으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비용 측면에서는 부담이다.
전국에 운영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규모가 충분히 커지면 경쟁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기기의 적정 위치와 이동 패턴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다시 운영효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서다.
공유 모빌리티 경쟁의 핵심이 앱에서 점차 ‘현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로 이동하는 이유다.
3억 라이드 성장 뒤에 가려진 수익성 문제
그러나 이용 증가가 곧바로 기업의 이익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바이크의 최근 실적이 이를 보여준다.
2024년 연결기준 매출은 804억원으로 전년보다 46.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9억원으로 222.8% 급증했다. 지쿠 서비스 매출도 전년보다 47.8% 성장했다.
하지만 2025년에는 흐름이 달라졌다. 지바이크의 국내 매출은 775억원,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뿐 아니라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다.
회사는 제한적인 마케팅 투자에도 사용자 기반을 유지했다며 올해부터 다시 마케팅을 확대해 외형 성장에 나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3억 라이드라는 이용자 지표와 별개로 앞으로 지바이크가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여기 있다. 공유 PM은 기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사업이 끝나지 않는다.
충전하고 고장 난 기기를 수리해야 한다. 이용이 적은 곳에 놓인 기기는 수요가 많은 곳으로 다시 옮겨야 하고 분실과 파손에도 대응해야 한다. 서비스 지역이 넓어질수록 이런 운영비용도 증가한다.
따라서 지바이크의 다음 성장단계에서는 ‘몇 번 탔느냐’보다 한 번의 운행에서 얼마를 남길 수 있는지, 한 대의 기기가 하루 몇 번 이용되는지, 전국 운영망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지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지바이크가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BSS)에 힘을 싣는 것도 이 때문이다. BSS는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충전된 배터리로 바로 교환하는 시설이다.
지바이크는 2024년 12월 BSS를 선보였고 세종시 등을 시작으로 인프라 확대를 추진해왔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BSS 이용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식 서비스 소개에서도 BSS를 향후 사업의 주요 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시설을 지쿠만 사용하는 폐쇄적인 충전망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퍼스널 모빌리티까지 같은 규격의 배터리를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BSS가 구축된다면 사업의 성격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지바이크가 돈을 버는 기본 구조는 이용자가 지쿠를 타고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었다.
BSS가 확대되면 배터리 충전과 교환, 보관, 상태관리 자체가 새로운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공유 킥보드 운영을 위해 구축했던 전국의 현장망이 소형 전기모빌리티를 위한 에너지 공급망으로 바뀌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충전 인프라가 별도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소형 전기모빌리티에서도 배터리 교환망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 만든 운영모델, 해외에서 통할까
또 하나의 성장축은 해외다. 지쿠는 2023년 해외 진출을 시작했고 회사 발표 기준 현재 미국과 태국, 베트남, 가나 등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한국을 넘어 미국·태국·괌·베트남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해온 이력이 소개돼 있다. 해외 매출도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증가하고 있다.
2024년에는 연간 해외 매출이 처음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당시 지바이크는 국내 공유 PM 업체 가운데 미국과 태국, 베트남, 가나 등에서 해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해외 매출 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성장 속도만 보면 해외사업이 국내시장 다음의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외 확장은 국내보다 훨씬 복잡하다. 국가와 도시마다 PM 운행속도와 면허, 주차, 보험, 헬멧 등에 관한 규정이 다르고 도시의 도로구조와 이용문화도 다르다.
결국 지바이크의 해외 경쟁력은 한국에서 사용하던 킥보드를 그대로 수출하는 데 있지 않다.
전국 40여개 캠프를 운영하면서 축적한 기기 재배치와 정비, 배터리 관리, 수요예측 같은 ‘운영 시스템’을 다른 국가에서도 재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3억 라이드 다음에는 ‘안전’이라는 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사업이 커질수록 지바이크가 피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안전이다. 공유 PM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보행자와의 충돌, 무단주차, 2인 탑승, 무면허 운전 등은 지속적인 사회문제가 됐다.
다만 최근 사고 통계에서는 변화도 나타난다. 한국퍼스널모빌리티산업협회가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분석한 결과 2025년 PM 가해 사고는 1,915건으로 전년보다
14.2% 감소했다. 부상자도 14.9%, 중상자는 9.1% 줄었다. 협회는 주요 4개 회원사의 지난해 공유 PM 이용 횟수를 약 9800만건으로 추정했으며 다른 업체까지 포함하면 연간 이용이 1억건 이상일 것으로 봤다.
이 수치는 PM이 이미 상당한 규모의 이동수단으로 성장했다는 사실과 함께, 산업이 앞으로 이용량 확대만으로 평가받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기가 많아질수록 사고와 주차 문제에 대한 사업자의 책임도 커진다.
지바이크가 3억 라이드 이후에도 성장하려면 이용 횟수뿐 아니라 사고율과 불법주차, 기기 상태 같은 서비스 품질 지표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증명해야 한다.
‘공유 킥보드 회사’라는 이름을 벗을 수 있느냐
지바이크는 2017년 설립됐다. 내년이면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9년은 이용자를 늘리고 기기를 확대해 전국적인 공유 PM 사업자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경쟁은 성격이 다르다. 국내에서는 이미 상당한 이용자를 확보했고 전국 단위 서비스망도 구축했다.
이제 단순히 킥보드를 더 배치하는 것만으로 이전과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다. 최근 실적에서 나타난 수익성 둔화도 같은 문제를 보여준다. 그래서 BSS와 해외사업이 중요하다.
157개 기초자치단체의 서비스망과 40여개 직영 캠프, 700만명의 이용자, 수억건의 이동 데이터를 공유 킥보드 사업에만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소형 모빌리티와 에너지 인프라 전체를 연결하는 자산으로 확장할 것인지가 향후 기업가치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3억 라이드가 의미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숫자 자체는 지바이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이용자 숫자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바이크의 첫 10년이 ‘사람들이 킥보드를 타게 만드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10년의 승부는 달라진다.
그 3억번의 이동을 통해 구축한 이용자와 데이터, 현장 운영망을 도시의 이동·에너지 인프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진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