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06-25 18:07 (목) 06.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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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새로운 협력의 공식, 제주포럼은 국제질서 재설계 시작…

세계는 새로운 협력의 공식, 제주포럼은 국제질서 재설계 시작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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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포럼에 이재명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하고 있다.(사진=제주도)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제21회 제주포럼이 25일 제주 서귀포 해비치호텔에서 개막했다. 올해 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Reinventing Cooperation in the Age of Fragmentation)'을 주제로 27일까지 이어진다.

제주포럼에는 전·현직 국가 지도자와 국제기구 관계자, 학계 전문가들이 세계 질서 변화와 다자주의의 미래를 논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무역, 기후 위기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또 제주가 4·3이라는 비극을 대화와 화해, 공동체 회복으로 극복해 온 경험을 언급하며 제주포럼이 세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제주포럼은 매년 열리는 국제회의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올해 포럼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평화 담론을 넘어선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미·중 전략 경쟁, AI 기술 경쟁, 공급망 재편과 기후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실 속에서 기존 국제질서만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국제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포럼은 협력을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식의 협력이 새로운 국제질서를 움직이게 될 것인지를 다시 설계하는 논의의 출발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냉전 이후 유지돼 온 국제질서는 새로운 현실 앞에서 운영 방식 자체의 전환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자유무역과 세계화, 다자주의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국경을 넘어 자본과 기술, 인력이 자유롭게 이동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가장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국가 간 갈등을 조정하고 국제 규범을 형성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국제환경은 급격하게 변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은 무역을 넘어 반도체와 AI, 첨단기술 전반으로 확대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동 분쟁은 세계 물류와 에너지 안보를 다시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로 만들었다. 경제는 여전히 세계화돼 있지만, 안보는 지역화되고 있으며 기술은 연결되지만, 규범은 분열되고 있다.

국제질서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아니다. 다양한 국가와 지역, 국제기구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동시에 협력하고 경쟁하는 복합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군사동맹보다 기능별 협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

오늘날 국제질서를 움직이는 방식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냉전 시대에는 군사동맹과 이념 진영이 국제질서를 규정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안보와 경제, 기술과 기후, 보건과 에너지가 서로 다른 협력 구조를 형성하며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

안보는 NATO와 같은 군사동맹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후변화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계와 국제회의를 통해 논의되고 공급망은 국가 간 산업 협력으로 유지된다.

AI 역시 국제 표준과 안전 기준, 윤리 규범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 체계가 요구되고 있다. 국가들은 하나의 동맹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른 협력체에 참여하며 필요에 따라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제주포럼 역시 이러한 기능별 협력 구조가 현실 외교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장으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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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경식 작가)
AI와 기후 위기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로

이재명 대통령이 AI와 무역, 기후 위기를 대표적인 공동 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다. AI는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안전성과 윤리, 국제 표준은 국가 간 협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구축하기 어렵다. 기후 위기 역시 어느 한 국가가 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 식량과 에너지 공급망도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위에서 움직인다. 국가들은 경쟁을 통해 기술 우위를 확보하려 하지만 동시에 협력을 통해 시장과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21세기 국제질서는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 질서로 진화하고 있으며 어느 하나만으로는 세계 경제와 안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제주포럼은 평화를 선언하는 회의가 아니라 새로운 국제협력 모델을 시험하는 플랫폼

이번 제주포럼에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5명이 참석해 다자주의의 미래와 국제평화,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자주의를 재건하려는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슬로베니아의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대통령은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만으로는 미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은 세계의 분열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며 더 많은 국가가 국제질서 형성에 참여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다양한 국가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제시한 메시지는 기존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현실에 맞게 협력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제주포럼은 이러한 논의를 축적하고 연결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는 갈등의 기억을 협력의 자산으로 전환한 경험을 세계와 공유

제주가 국제 평화포럼의 개최지라는 사실도 상징성이 크다. 제주는 4·3이라는 비극을 겪었지만, 진실규명과 명예 회복, 공동체 회복을 통해 갈등을 치유하는 긴 과정을 경험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모두 이 점을 같은 이유로 강조했다. 평화는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갈등을 제도와 신뢰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제주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제주포럼 역시 단순히 국제회의를 여는 행사가 아니라 이러한 경험을 국제사회와 공유하며 새로운 협력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중견국을 넘어 국제협력을 연결하는 플랫폼 국가로

이번 포럼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변화는 한국 외교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책임 국가로서 국제협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군사력이나 경제 규모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한국은 AI와 반도체, 기후 대응, 개발 협력, 디지털 전환, 평화외교 등 다양한 분야로 국가와 국제기구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질서가 다극화될수록 중견국의 경쟁력은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데만 있지 않다. 서로 다른 국가와 제도, 산업과 규범을 연결해 새로운 협력 구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중요한 외교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경쟁력은 더 강한 힘보다 더 넓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능력에서 결정

산업혁명은 제국의 시대를 만들었고, 냉전은 군사동맹의 시대를 만들었다. 21세기는 협력 네트워크의 시대를 열고 있다. 국가의 영향력은 더 이상 군사력과 경제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I와 반도체, 공급망과 에너지, 기후와 디지털 규범처럼 서로 다른 분야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공동의 규칙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후대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지금 이 시기를 단순히 세계가 분열된 시대로 기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냉전 이후 유지돼 온 국제질서가 새로운 현실에 맞게 협력의 방식을 다시 설계한다.

그리고 군사동맹 중심의 질서에서 기능별 협력 네트워크 중심의 질서로 진화하기 시작한 역사적 전환기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포럼은 국제회의를 여는 행사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가 새로운 협력의 공식을 다시 쓰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무대이다.

앞으로 국제사회의 경쟁력은 더 강한 힘을 가진 국가보다 더 많은 국가와 기술, 산업과 규범을 하나의 협력 체계 안에서 연결할 수 있는 국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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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 기자
123@123.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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