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일: 2026-10-12 12:22 (월) 10.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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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4점 차 금메달, 감독의 0.1초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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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4점 차 금메달, 감독의 0.1초가 지켰다

3줄 요약
  • 17세 황서현, 40년 만의 평균대 정상
  • 8년 전 김한솔의 눈물이 남긴 교훈
  • 40년 만의 금메달, 이제 LA를 향해

0.134점 차 금메달, 지도자의 '0.1초'가 지켰다

황서현 40년 만의 평균대 金…한국 체조에 남긴 '규정의 무게'

추석 당일이던 지난달 25일, 일본 나고야 종합체육관 레인보우홀. 기계체조 여자 평균대 결선 전광판에 '14.700'이 뜨자 태극기를 건네받은 황서현(17·인천체고)이 경기 무대 위로 다시 뛰어오르려 했다. 그 순간 민아영 대표팀 감독과 박효진 트레이너가 소매를 붙잡았다. 2위 추치위안(중국·14.566점)과의 격차는 0.134점. 경기가 완전히 끝나기 전 선수가 무대에 다시 오르면 주심은 0.3점을 감점할 수 있다. 붙잡지 않았다면 메달 색이 바뀔 수도 있었던 장면이다.

1-1 40년 만의 평균대 금메달, 감독의 0.1초 제지가 지켜냈다.png

■ 0.3점이 가를 뻔한 승부

황서현은 이날 난도 6.600점, 실시 8.100점으로 결선 진출자 8명 중 1위에 올랐다. 동메달은 일본 오카무라 마나(14.300점)였다. 감점이 적용됐다면 14.400점으로 순위가 뒤집혔을 계산이다. 황서현은 "올라가면 감점"이라는 말을 듣고 멈춘 뒤 정해진 자리에서 기쁨을 나눴다. 민 감독은 선수가 너무 기뻐 순간적으로 오르려 한 것 같아 본능적으로 잡았다고 돌아봤다.

1-2 0.3점 감점이면 뒤집힐 승부, 단 0.134점 차의 아슬아슬한 순간.png

■ 8년 전 김한솔의 눈물

이 장면이 크게 회자된 데는 8년 전 기억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 결선에서 김한솔은 연기 종료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0.3점이 깎였고, 섹와이훙(홍콩)에게 0.062점 뒤져 은메달에 그쳤다. 당시 협회 측은 인사를 했는데 일부 심판이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감점 폭이 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김한솔 본인은 이튿날 자신의 실수라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같은 규정을 두고도 시선은 엇갈렸던 셈이다.

■ 숫자로 본 40년 만의 기록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여자 평균대 정상에 선 것은 1986년 서울 대회 서선앵 이후 40년 만이다. 1986년 서연희(이단평행봉)·서선앵, 2018·2026년 여서정(도마)에 이은 한국 여자 기계체조 역대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기도 하다. 전날 여서정이 도마에서 8년 만에 정상을 되찾으면서, 여자 체조가 한 대회 금 2개를 수확한 것도 1986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남자 3대3 농구가 우승해 한국은 하계 아시안게임 통산 800번째 금메달 고지를 밟았다.

황서현은 대한체육회 프로필상 키 133.8㎝다. 5월 대표 선발전에서 개인종합 상위 4명에 들지 못했지만, 평균대 랭킹 포인트로 다섯 번째 선수로 추가 선발됐다. 지난해 제천 아시아선수권과 전국체전 평균대를 연달아 제패한 경쟁력이 뒷받침됐다.

1-4 1986년 서선앵부터 2026년 황서현까지, 40년을 이은 여자 체조 금빛 계보.png

■ 사회 반응: 환호와 웃음, 그리고 질문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짧은 영상 플랫폼을 타고 '아찔한 해프닝'으로 빠르게 퍼졌다. 지도자의 순발력을 칭찬하는 목소리와, 앳된 선수의 기쁨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주를 이뤘다. 규정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갈래다. 경기 질서와 심판 존중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시각, 그리고 순위를 뒤집을 만큼 큰 감점을 심판 재량에 맡기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이다. 어느 쪽이든 '기술 밖의 규정'이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 드러난 과제

첫째, 이번 결과는 지도자 개인의 순발력에 기댔다. 지도자가 늘 곁에 있다는 보장은 없다. 둘째, 2018년과 2026년 모두 위기는 연기 자체가 아니라 연기 전후의 행동에서 비롯됐다. 동선·인사·재진입 같은 절차 규정은 기술 훈련에 비해 덜 다뤄지기 쉽다. 셋째, 감점 폭과 적용이 주심 재량에 달린 조항은 선수와 지도자 모두 예측하기 어렵다. 넷째, 10대 유망주의 정서 관리와 장기 육성이다. 민 감독도 평균대에 집중해 온 황서현이 네 종목 기량을 고루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1-6 본능을 시스템으로, 0.1초의 기적을 규정 교육으로 바꾸는 법.png

■ 해법: '본능'을 '시스템'으로

우선 대회 전 절차 브리핑을 표준화해 인사, 재진입 금지, 시상 동선 등 비기술 규정을 체크리스트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과 발표 직후의 행동까지 포함한 실전 리허설도 훈련에 넣을 만하다. 협회 차원에서는 FIG 규정의 국문 해설서를 정비하고 선수가 직접 설명해 보는 '선수 주도 학습'을 병행할 수 있다. 재량이 큰 조항에 대해서는 국제연맹에 해석의 명확화를 꾸준히 요청하되, 규정 완화만을 요구하기보다 국제 기준을 존중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의 경기 일정과 부상·심리 관리 역시 함께 설계돼야 한다.

1-7 작은 거인의 다음 무대, 로테르담 세계선수권 넘어 LA 올림픽으로.png

■ 로테르담, 그리고 LA

황서현의 다음 무대는 이달 17~25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리는 제54회 세계선수권이다. 목표는 세계선수권과 2028 LA 올림픽 평균대 메달이다. 세계 무대의 격차는 0.134점보다 더 좁고 경쟁자는 더 많다. 0.1초의 반사신경이 지킨 금메달이 '운 좋은 장면'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 순간을 체계로 옮기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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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아름 기자
sesfounta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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