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또 실종자가 숨졌다…문제는 ‘신고 이후’가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다
- 이미지 삽화이다.(일러스트=박태현 작가) [제주에서 20대 직업군인이 실종 이틀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최근 잇따른 실종 사망사고에 대한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 이번 사건은 현재까지 경찰의 부실 대응이 확인된 장미란씨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신고 이후의 수색만으로는 구조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다는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 제주형 실종 대응체계는 이제 실종 인지와 위험도 판단, 위치 확인, 기관 공동대응까지 골든타임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제주에서 또 한 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에서 또 한 명의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에서 근무하던 20대 직업군인 A씨는 지난 27일 오전 낚시장비를 챙겨 관사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은 다음 날 오후 2시 1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군·경찰·소방·해경은 서귀포시 하예포구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다.
A씨가 타고 다니던 차량은 하예포구 주변에서 발견됐고 휴대전화 위치신호도 이 일대에서 마지막으로 잡혔다.
평소 낚시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차량에서는 낚싯대가 발견되지 않았고 당시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틀간 이어진 수색 끝에 A씨는 29일 오후 하예포구 인근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낚시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을 포함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범죄 혐의나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이 제주 사회에 무겁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최근 제주에서 실종자가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미란 사건과 이번 군인 사건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20대 군인 사망사건을 장미란씨 실종사건과 같은 경찰 부실 대응 사례로 묶는 것은 현재 확인된 사실과 맞지 않는다.
장미란씨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실제 연락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정황이 드러났고 실종자 관리시스템에서도 자료가 삭제됐다.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유사한 허위 종결 혐의가 나오면서 경찰은 해당 경찰관이 처리한 실종신고 298건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장씨 사건의 핵심은 신고가 들어왔는데도 잘못된 판단 때문에 사건이 사실상 멈췄다는 데 있다. 이번 군인 사건은 다르다.
가족의 신고가 접수된 뒤 수색기관들은 차량과 휴대전화의 마지막 위치를 토대로 하예포구를 특정했고 군과 경찰, 소방, 해경이 함께 수색에 들어갔다.
따라서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놓고 보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경찰이 왜 수색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려운 질문이 남는다. 실종신고가 접수됐을 때 이미 사고가 발생한 뒤였다면 구조기관은 골든타임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의 공백은 수색 이후가 아니라 ‘수색 이전의 시간’에 있었다
A씨가 관사를 나간 것은 27일 오전이었지만 가족의 실종신고는 28일 오후에 접수됐다. 하루 이상 차이가 난다. 이 시간차가 누군가의 잘못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성인이 혼자 생활하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 하루 정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곧바로 실종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직업과 생활패턴에 따라 연락주기도 다르다.
하지만 해안과 계곡, 절벽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생존시간이 짧은 장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고가 들어온 뒤 수색기관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이미 구조 가능한 시간이 지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새로운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장미란씨 사건이 ‘신고가 들어온 뒤 사건을 제대로 처리했느냐’를 묻는 사건이었다면, 이번 사고는 ‘신고 이후 얼마나 빨리 위험을 특정하고 수색을 집중할 수 있느냐’를 묻는다.
제주의 지리적 특성도 함께 봐야 한다. 제주는 바다와 해안절벽, 포구, 계곡과 중산간, 오름이 생활공간과 가까이 붙어 있다. 낚시나 등산, 올레길처럼 혼자 하는 야외활동도 많다.
도심에서 연락이 끊긴 사람과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포구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사람은 같은 실종신고라도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따라서 실종 대응의 골든타임은 단순히 신고가 들어온 시각부터 계산할 것이 아니라, 신고 직후 얼마나 빨리 사고 가능성을 분류하고 수색 범위를 좁혔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실종수색 초기에는 필요한 정보가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다. 경찰은 신고자의 진술과 CCTV를 보고 통신사는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가지고 있다.
해경은 해상상황을 알고 있고 소방에는 구조인력과 장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공공 CCTV와 재난정보를 관리한다. 각각의 정보만으로는 실종자의 위험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마지막 CCTV 위치와 차량 발견장소,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기상특보를 하나로 놓으면 실종자가 어디에서 어떤 위험에 처했을 가능성이 높은지를 훨씬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차량과 마지막 휴대전화 신호가 하예포구 일대에서 확인됐고 당시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런 정보가 빠르게 결합될수록 수색지역은 좁아지고 초기 대응도 빨라진다. 따라서 실종 대응의 핵심은 정보를 더 많이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기관 사이에서 얼마나 빨리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주처럼 수색 가능지역이 넓고 해안·산악 위험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특히 그렇다.
수색인력을 무작정 늘리는 것보다 초기 단계에서 실종 유형과 위험도를 빠르게 분류해 필요한 기관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
치매 노인과 아동의 실종, 극단적 선택 위험이 있는 사람, 범죄 가능성이 있는 실종, 연락두절 성인, 낚시나 등산 중 사고성 실종은 대응방식이 서로 달라야 한다.
마지막 위치가 어디인지, 기상특보가 있었는지, 차량이 위험지역에 장시간 세워져 있는지, 휴대전화가 갑자기 꺼졌는지, 평소와 다른 행동이 있었는지를 종합해 초기 위험등급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실종 대응도 결국 ‘누가 사라졌는가’뿐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조건으로 사라졌는가’를 보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미란 사건은 ‘확인’, 이번 사건은 ‘속도’…제주형 실종체계는 둘 다 바꿔야 한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망사건을 모두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위험하다.
장미란씨 사건처럼 경찰의 허위 종결과 관리 실패가 확인된 사례가 있는 반면 이번 군인 사건처럼 현재까지 사고 가능성이 높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사건의 원인이 다르다고 해서 시스템 차원의 교훈까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장미란씨 사건이 보여준 것은 담당 경찰관 한 사람의 판단을 조직이 다시 확인하지 않으면 사건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험이었다.
이번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신고 이후의 수색이 빨라도 초기 위험 특정이 늦으면 구조의 골든타임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다.
하나는 확인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속도의 문제다. 제주형 실종 대응체계는 둘 다 해결해야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담당자의 판단을 상급자가 다시 확인하고 동시에 실종자의 마지막 이동과 위치를 최대한 빠르게 복원해야 한다.
그리고 해안·산악·자해 위험처럼 생명 위험이 높은 실종으로 분류되면 경찰과 해경, 소방이 기관별 절차를 따로 밟기보다 초기부터 공동대응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실종자를 평상시 추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정보와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실종신고라는 법적·행정적 계기가 발생한 뒤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최대한 신속하게 결합하고 위험에 따라 대응 수준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실종 대응의 기준을 ‘신고를 받았는가’에서 ‘얼마나 빨리 위험을 특정했는가’로 바꿔야 한다
이번 20대 군인의 죽음을 현재 단계에서 경찰 대응 실패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수색기관들은 신고 이후 차량과 휴대전화 위치를 확인하고 하예포구 일대를 수색했다.
그럼에도 사건은 중요한 질문을 남겼다. 사람이 바다나 계곡에서 사고를 당하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실종신고가 들어온다면 기존의 수색체계만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경찰과 해경이 신고 전에 개인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고가 들어온 순간부터는 달라야 한다.
CCTV와 차량정보, 휴대전화 위치, 기상특보와 해상정보를 기관별로 따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위험정보로 즉시 결합하고 사고 가능성이 높은 실종에는 경찰·해경·소방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장미란씨 사건 이후 경찰이 배워야 했던 것이 ‘사건을 끝내기 전에 다시 확인하라’였다면, 이번 사건이 던지는 교훈은 ‘위험을 더 빨리 특정하고 수색을 집중하라’에 가깝다.
결국 실종 대응의 성패는 신고를 몇 건 처리했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신고 이후 얼마나 빨리 위험의 위치를 찾아냈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실제 구조행동으로 얼마나 빠르게 연결됐는지가 기준이 돼야 한다.
제주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수색 인력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라진 뒤 발견될 때까지 흩어져 있는 정보와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시스템이다.